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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Jan 09. 2017

진공의 원리

‘진공’이란 직관적으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깊어지는 가을 무렵이면 V자 대형을 이루며 무리 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목적지인 따스한 남쪽나라로의 장거리 비행이다. 선두는 교대로 바뀌지만 대형은 일정하게 유지한다. V자 대형의 꼭짓점인 선두이자 리더는 최전선에서 가장 강력한 바람의 저항과 마주하게 된다. 그만큼 힘이 들고, 책임도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양 옆에 자리한 기러기들은 선두의 움직임에서 발생하는 ‘진공’ 덕분에 비교적 적은 저항을 받으며 비행할 수 있다. 이는 그 다음 위치에 자리한 동료에게도 동일한 방식으로 전이되어 거대한 V자 모양의 대형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젝터(Ejector)는 석유화학, 수처리를 비롯한 산업의 전분야에 널리 사용되는 기계장치다.

스팀, 가스 또는 액체를 작동원으로 Gas, Steam, Liquid 또는 분체를 이송하거나 압축 또는 혼합할 때 사용된다. 이때 힘의 원천이 바로 ‘진공’이다.

모티브 노즐을 통해 작동원을 고속으로 분사하면 순간적으로 진공이 발생하는데, 그 진공에 해당 유체가 힘을 얻어 작동하는 원리다. 고진공을 원할 때는 여러 대의 이젝터를 콘덴서와 펌프로 연결해서 시스템을 구성하기도 한다.


‘진공’이란‘직관적으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조직에서의 진공'은 어떤 의미일까?

조직 구성원들이 앞장선 리더의 움직임에서 발생하는 진공을 발판 삼아 힘차게 날갯짓을 한다면 조직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때로는 여러 명의 중간급 리더가 팀워크를 이뤄 조직적으로 움직여 나가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모든 구성원들은 대열을 유지하며 목표점에 다다를 수 있다.


하지만 리더가 방향을 잘못 잡거나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조직은 와해된다. 뿐만 아니라 시스템을 이루는 중간 리더들이나 조직원들과 불협화음이 발생한다면 같은 결론에 이른다. 아무리 앞 선에서 힘들게 진공을 일으켜도 뒤따르는 이가 미적대다 타이밍을 놓치거나 그 공간을 시의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다면 조직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어쩌면 진공이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가장 최상일 수도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밀도가 높은 주위 물질의 연속체들이 신속하게 희박함을 채워 자연적으로 진공이 생길 수 없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의 이론을 조금 달리 보자면, 찰나의 진공과 움직임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일 때 조직은 연속적으로, 그리니까 잠시도 숨돌릴 틈 없이 돌아간다는 논리가 아니겠는가? 마치 계속해서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지는 자전거와 같은 이치일 지도.


다만 여기서 나아가는 방향이 올곧아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그래서 이래저래 리더의 역할은 크고 무겁다. 가정이든, 회사든, 국가든 앞에서 이끄는 리더가 정직하고 현명해야 근본이 바로 서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때 일어나는 수많은 혼란과 아픔과 괴로움.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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