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만의 루틴과 밸런스 찾기
호기롭게 시작했던 2019년. 하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과 맞닥뜨리면서 몸도 마음도 마냥 내리막을 향해 달리고 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하나도 틀림이 없음을 새삼 되새기는 요즘이다.
그리 길지 않은 몇 개월의 시간 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회사일로, 그리고 개인적인 목표를 향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뛰어다니던 4월 초 어느 토요일, 야심 차게 자전거 국토종주 대장정을 시작했던 나의 도전 의지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산산조각이 났다. 대신 나에게 돌아온 것은 여러 조각으로 부서진 쇄골 부상. 난 그날 밤 응급실 신세를 졌고, 결국 며칠 후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부상의 여파는 꽤나 심각했다. 당장 다음 주로 예정되어 있었던 회사 워크숍은 부랴부랴 인수인계를 진행했다.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컨셉부터 부대 행사까지 모두 기획하고 준비해오던 터라 아쉬움이 컸다. 평소 맡고 있던 업무 인수인계도 급하게 이루어졌다. 수술 후 회복을 위한 입원기간을 포함하고 집에서 요양하는 기간까지 감안하면 거의 2주 넘게 자리를 비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퇴원 후에는 제한적이지만 자택 근무로 관련 업무를 볼 수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2주 후. 꽤나 지난한 복귀 과정을 이겨내고 팔 지지대를 두른 채 회사에 복귀했다. 다행히 뼈가 빠르게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담당의의 진단에 따라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활운동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우여곡절 끝에 애초 잡혀 있던 일정으로 나섰던 미국 방문이 몸에 무리가 되었던 걸까? 좀처럼 가시지 않는 통증과 불편함에 급히 예약 일정을 당겨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받아 든 진단 결과에 난 또다시 낙담해야 했다. 잘 붙어가던 뼈가 어찌 된 일인지 다시 벌어졌다는 암담한 소식. 또 한 번의 좌절은 그렇다 치더라도 간간이 매섭게 휘몰아치는 통증과 무겁게 나를 짓누르는 것은 왼쪽 어깨만이 아니었다.
나름 야심 차게 세웠던 각종 신년 계획은 이미 올 스톱된 지 오래고, 확연히 떨어진 체력 탓인지 한번 주저앉은 의욕은 좀처럼 반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넘어졌을 때 한번 쉬어가는 거라 애써 위로해 보지만 그건 나다운 게 아니란 생각이 연신 나를 성가시게 한다. 한편으로는 ‘나답다’란 정의가 무엇인지 새삼 생각해본다. ‘나답다’의 ‘나’는 나 스스로가 정의한 진짜배기 내 모습일까? 아니면 주변 사람들과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의 나’의 모습일까? 문득 ‘대화의 희열’이란 프로에서 김영하 작가가 한 말이 스쳐 지나간다. 어쩌면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껏 내가 살아온 방식,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그리고 가장 익숙하게 적응되어 있는 모습이 바로 진짜 나다운 모습이 아닐까?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실제 이 말을 남겼다는 고대 로마 시인 유베나리스의 본뜻이 무엇인지가 지금 나에겐 그리 중요치 않음은, '나다움'이란 기준으로 이를 바라보고 해석하고 적용하면 그만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게 육체이든, 정신이던, 영혼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지금 당장 내 육체의 밸런스를 잃으니 오랜 기간 편안함을 느끼던 루틴이 무너지고 이러다간 정신마저 피폐해질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든다.
쭈뼛쭈뼛 스멀거리는 왼쪽 어깨와 팔의 통증이 매 순간 나를 힘들게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이렇게 맥 놓고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든 터닝포인트를 잡아야 한다. 루틴과 밸런스가 완전히 깨어져 버린 지금, 빠른 시간 내에 원래 상태로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만약 있다면 과연 그게 뭘까?
지난 주말, 오래간만에 동네 도서관을 찾았다. 그런데 왠지 낯설고 힘들었다. 하지만 이 또한 이탈한 궤도를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 여겨본다. 그리고 간만에 글을 쓴다. 부디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