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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Apr 10. 2023

하나님은 궂은 일도 사용하십니다

그저 기도 85 - 하나님은 궂은 일도 사용하십니다


언젠가 들은 이야기입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바삐 가던 사람이

차를 운전하던 사람이 서툴러 접촉 사고를 내는 바람에

시간이 늦어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여러 약속과 추가로 들어갈 비용이 떠올라

무지 화가 난 그 사람은 운전기사가 정말 미웠습니다

그런데…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 생겼습니다

그 사고가 없었으면 자기가 애당초 타고 갔을 그 비행기가

엔진고장으로 추락해 탑승자 모두가 사망했습니다

좁게만 보면 궂은 일이 분명한 그 하나가

인생의 긴 시각에서 보면 너무 큰 행운이 되어버린겁니다


그러고보니 남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나에게도 있습니다

십대의 어린 시절 중단되어버린 공부를 계속 하고 싶어

층무로 어느 신문지국에 직업배달이라는 일을 했습니다

열댓명이 한 방에서 좁게 잠자며 새벽 2시 좀 넘어부터

신문 350 ~ 450부를 분류하여 지게처럼 지고 배달하는 일

학원비와 생활비를 버는 그걸 직업배달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낮에는 신문값을 수금하러 돌아 다니다가

오후면 검정고시 학원을 나가거나 기술을 배우러 다녔습니다

그때 가장 부러웠던 것은 타 신문지국 배달원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일보와 일간 스포츠를 배달하는 우리는 다른 신문과

달리 일년에 쉬는 날이 딱 이틀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신문은 무조건 일주일에 한 번은 쉬었는데…


그런데 그렇게 힘들어 공부하며 검정고시가 다가온 날

너무 힘든 배달일에 지친 몸이 병이 나고 말았습니다

종로의 고려학원에 가서도 피곤해서 졸기 일쑤였지만

아예 시험장을 가지도 못하게 된 것과는 비교도 안되었습니다

너무 상심한 마음에 ‘이러고 사느니 죽자!’ 하며

열심히 사모은 수면제를 먹었는데 총무에게 발견되어

당시 가까웠던 을지로 국립의료원에 실려가서

응급조치후 3일만에 정신을 차렸습니다

너무 수치스럽고 치료비도 감당이 안되어 겁이나

도망을 쳤습니다. 나중에 연락을 받은 신문사 총무님이

다 지불을 했지만…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겼습니다


그 일이 꼬일데로 꼬인 불행의 연속이었지만

지나고보니 그 일이 없었고 시험을 무사히 치르고

어찌어찌 일이 잘 풀려 대학을 가고 성공이라도 했더라면

오늘 평생을 사용할 이 하나님의 쿠폰은 못 얻었을 지 모릅니다

회복후 그만두고 나온 뒤 다시 도전한다고 취직한

술집 룸쌀롱 주방보조 일자리를 얻은 그곳에서

지하실 옆방 목욕탕 기관실에 근무하는 기술자의

강제 전도를 받아 교회를 나가게 된 코스는 어찌보면

긴 여정에서 꼭 있어야 할 분기점이 되었습니다

다른 만남도 아닌 하나님을  만나는 절대절명의 각본

모든 것이 합력하여 마침내 이루는 선의 과정이었습니다

궂은 일과 나쁜 사람, 서운한 일조차도 모두 동원되는

큰 하나의 예정이고 시나리오 였다는 걸 알게 됩니다


사소한 하나 하나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긴 일정 중의 하나로 보는 시각만 가진다면

소탐대실로는 절대 보지 못하는 다른 진실을 보게 됩니다

예수를 잡으러 온 군사들을 힘으로 막지 않고 내버려두고

예수를 판 유다에게도 너의 일을 완성해라!

그래야 큰 계획이 진행될것이니… 라고 하셨습니다

작은 일들 작은 미움들에 연연하지 않고

나중에 다가올 합력하여 이루어질 선을 기다릴 수 있는

믿음과 지혜가 있으면 참 좋겠다 싶습니다


(2023.4. 10. 맑은고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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