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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Apr 16. 2023

야단 맞을 때는 더 가까이

그저 기도 91 - 야단 맞을 때는 더 가까이


‘세상은 죄로 가득하지만 내 주변에는 죄인이 없다’


종종 뉴스나 인터넷으로 심한 비난을 받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나옵니다. 혹은 부패하고 뇌물을 받은 공직자나 공정하게 일처리를 하지 않은 각종 단체의 힘 가진 사람들을 모두가 손가락질을 합니다. 심지어 교회를 이끄는 목회자도 심심치 않게 도마에 올라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주변에는 썩은 사람도 공직자도 잘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의 일상이 그런 장소나 사람과 무관하게 멀리서 살아갈 수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렇습니다. 늘 그런건 저 사람들의 일이고 저멀리 남의 문제처럼 느껴집니다.


그건 정말 내 곁의 사람들은 모두 정직하고 죄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다만 온갖 인연이 우리의 예리한 눈을 무디게하고 무슨 이유를 붙여서라도 이해하려고 감싸기 때문일 경우가 많습니다. 더구나 작은 나의 이익이라도 연결되거나 얼굴을 피하지 못하고 마주해야하는 경우는 더 그렇습니다.


내 손해를 감수하고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부담스러운 지적이나 비판을 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두려움 때문이거나 불이익 때문이거나 혹은 그 두가지가 섞여 있을 경우 대부분 소리는 작아지고 수위는 낮아지는 것이 인간세상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성경에서도 그런 역할은 특별한 선지자나 신의 보호를 받는 이들이 멑기도 했습니다. 그러고도 죽기까지 한 사례가 세례요한이기도 합니다. 예수님도 또한 그랬지요.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부모가 교육삼아 하는 여러 도덕과 상식, 기준들을 부모가 잘 지킨다면 그 부모는 아마 굉장히 훌륭한 성품의 존경받는 사람이 될것입니다. 성인에 가까운 깨끗한 어른으로 인정받을겁니다. 목회자나 부모가 가장 존경받기 어려운 대상이 어쩌면 가족, 그중에서도ㅜ자녀들일지 모릅니다. 24시간 356일 내내 모든 말과 행동을 다 보고 아는 자녀에게 진짜 존경을 받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밖과 가족의 평가가 다른 경우가 자주 생깁니다.


저도 아이들에게 종종 민망해집니다. 무언가 문제가 있어서 야단칠 때는 내 모습이 찔리기 때문입니다. 부지런해야 한다! 면서 나는 내 게으름과 귀찮아서 외면한 숱한 일들을 기억합니다. 정직하라! 면서 난 그러지 못했던 숱한 사회생활의 어두운 순간들을 알기 때문입니다.


일관성도 없어서 나는 자녀들에게 신용이 아주 낮아졌습니다. 게임을 많이 한다고 정해진 시간만 하라고 야단치고도 내 기분이나 내 상황에 따라 그냥 넘어가기도하고 반대로 심하게 예민해지기도 하니까요. 아아들 엄마는 그런점에서 너무 높은 신뢰를 받았습니다. 안되는 건 하늘이 두쪽나도 안되고 너그러운 부분은 자기 감정에 따라 변덕을 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좀처럼 자기 화풀이로 정도가 왔다갔다 하지 않습니다.


신앙인으로 내 모습이라고 많이 다를까요? 아니오. 정직하게 나를 점수 매겨보면 아이들에게 비친 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마치 내 아이들을 상대할 때처럼 안일하게 겁도 없이 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연히 점수도 아주 낮게 나오겠지요? 알면서도 수십년이 지나도록 잘 안고쳐집니다.


그럼에도 한가지 놓치지 않고 살려고 애쓴 것이 있습니다. 이런 내 모습이지만 나를 합리화 하기 위해 정직한 기준, 잣대를 왜곡하거나 잘못하지 않았다는 어거지는 부리지 않겠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을 대해서나 하나님 앞에서도 그건 비슷합니다. 느리지만 조금씩 고쳐질 수 있도록 생명을 마치는 날까지 기억하고 노력하려고 합니다.


무언가 잘못이 있어서 야단을 맞으면서도 부모품으로 더 안겨오던 아이들의 어릴 때를 평생 기억합니다. 분노나 처음의 처벌 높이가 무디어지고 안아주게 되던 그 순간이 하나님 아버지라고 다를까요? 실수나 잘못이 있어서 야단을 맞는 건 맞는거고 더 품안으로 들어가고 가까이 가고 싶어지는 건 아이들에게 배운 특별한 보너스 같은 선물이었습니다. 등 돌리고 도망가버리거나 원망의 말 한마디라도 던지면 감당 못할 거리감이 너무 서운해질겁니다.


 2023 .4. 16 맑은고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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