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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Apr 15. 2023

잘 사는 단순한 비결

그저 기도 90 - 잘 사는 단순한 비결


아픈 아내를 돌보다 슬슬 피로가 쌓일때쯤 영락없이 한 방 날아오는 아내의 필살기가 있습니다


“고마워! 당신 덕분에 이제까지 살아왔어!”


그 한마디면 봄눈보다 빠르게 쌓인 간병의 고단함이 녹아 게눈 감추듯 사라져버립니다.


그런데… 여러번 겪다보니 좀 이상한 기억의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분명 최근에 들은 듯한 느낌에


“당신 혹시… 남편 감동시켜 부려먹기! 그런 말솜씨 배우는 학원 같은데 다녔어?”


아무래도 고단수 말 칭찬에 내가 자청해서 더 잘해줘야지! 하는 반복을 하며 사는 것 같습니다. 결정적인 증거나 확신이 없으니 그냥 아리송할 뿐입니다.


분명 기분 나쁜 거 아니고 쌓인 피로와 슬슬 짜증 원망이 터질 직전에 사르르 녹아 없어지니 내가 고맙기도 합니다. 성품이 고상하지 못해 분명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여 터질수도 있는 위험을 넘기니까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그런 인사로 서로 유익해진다면 남편 부려먹는 말솜씨 학원 다니는 거 괜찮습니다 학원비 보태줄 마음도 있습니다.


비슷한 다른 경험도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아내가 희귀난치병이 발병한 첫 해에 환각증세까지 심해져 도저히 집도 병원도 있을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 강원도 깊은 산 기도원으로 갔습니다.


그 기도원의 방 하나를 등록해서 죽을지 살지 모를 생활을 이어가던 중 연말을 맞이했습니다. 2008년 그 해 겨울은 너무 춥고 눈이 허리보다 높이 쌓이기도 했습니다


생활비도 못 벌고 아이들 보러 오가지도 못하는 처지에 맞이한 12월 31일 자정 가까운 시간이 되어 가는데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심각한 아내 증상도 문제지만 보호자인 내 몸과 마음도 완전 방전이 되어 어쩌면 이대로 쓰러져 죽을 것만 깉았습니다.


‘내가 지금 이대로 죽는다면? 난 아무래도 지은 죄가 많아 좋은 판정은 못받을거야’


지나간 일들과 오만하게 상처를 준 몇 사람들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이대로 죽어 지옥의 고통을 영영 받을지 모른다는 예상은 무섭기보다 서럽고 슬퍼졌습니다. 뭐 하나  잘 거둔 결실도 없는 인생이 죽어서도 손가락질 받고 지옥행이라도 정해진다면 얼마나 한심할지…


그래서 그 밤에 당장 생각나고 연락 가능한 분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늦은 시간, 그것도 송구영신 예배 직전에 느닷없이 미안하다 용서해달라는 내 전화를 받은 그들은 어쩌면 걱정하고 어쩌면 당황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전화로라도 상처를 준 과거일을 용서를 구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니 정말 맘이 편해졌습니다. 죽음이 오늘 밤 나를 찾아 오더라도 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평안이 위로가 되고 잠에 들 수도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한마디가 또 다른 감사할 날을 만들어 가고, 미안합니다! 그 한마디가 체한 듯 속에 얹힌 돌덩이를 치우고 건강해질 수 있다니 참 신기한 일입니다. 회개하라고 숱하게 말한 선지자들의 의도가 그런거고 범사에 감사하라는 권유가 또한 더 복을 주시려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눈치 없이 산 많은 세월이 무색하도록 어느 순간 누군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번쩍 그 숨은 의미를 알게되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미련하게 모르고 살면 겪게될 많은 가시와 찬바람의 인생이 달라질테니 말입니다. 사실 모두 하나님의 말씀에 다 담겨 있었지만 말입니다.


(2008년 12월, 그날밤 죽어도 좋다며 용서를 구한 후 평안을 얻었다. 이제 올 12월이면 15년이 된다. 그 후로 우리 가정을 살리시고 생명을 이어주신 은혜를 잊지 않았다. 15년… 히스기아왕이 생각났다. 하나님께 매달려 죽을 목숨이 연장된 후 15년 만에 자식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게으른 이유로 목숨을 거둬 가셨다. 지금 우리를 데려가셔도 고맙다. 하지만 변심이나 실망으로 그렇게 되기는 싫다. 맑은 정신에 변덕없이 마칠 수 있게 해주신다면 절말 고마울거다. 그랬으면 정말 좋겠다…)

 

  2023. 4. 15. 맑은고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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