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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Apr 18. 2023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죽음

그저 기도 93 - 현대판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죽음


처음 교회 발을 들이고 성경을 읽어 나갈 때 신약에서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이야기를 여러번 읽어야 했어요. 생각해보고 다시 또 읽고, 수긍하기가 쉽지 않아 낑낑거리며 또 읽고…


아직 세상 사는 기준, 논리 등이 몸에 베어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재산을 팔아 내놓고도 부부가 다 죽어 나가는 것이 쉽게 동의가 안되더군요. 보통 교회가 아닌 어떤 모임이나 단체에 기부금이나 발전회비를 내는 경우가 비교가 되어서 그랬던 거 같습니다


누구나 비슷하게 내는 평균수준을 내는 것으로도 의무를 다 하는셈인데,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더 많이 내고 싶어 재산을 정리하고 모아서 남들보다 많은 금액을 내었지요. 집까지 팔아 내었으니 결코 쩨쩨하거나 자기만 라는 사람이라고 비난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내는 과정에 사람이 흔히 빠지기 쉬운 유혹에 걸렸지요. ‘조금만 더 남겨 놓을까? 혹시 무슨 급한 일이 생기면 해결할 비용이 필요할지 모르니’ 그런 마음이 들기도 했겠지요. 그런데 이미 약속하고 내뱉은 말은 있는데 도로 거두거나 줄이겠다고 말하기는 쪽팔리니 뭐 말없이 그냥 덜 내면 그만이지! 그렇게 사람들이 가기 쉬운 편법을 택했습니다. 자기 재산이고 강제로 내야하는 일도 아니었으니.


그런데 좀 체면도 살리고 실속도 차리는 방법을 선택하고 설명을 생략해버린 아나니아는 베드로에게 문책을 듣고 그 자리에서 꼬꾸라져 죽고 맙니다. 송장이 되어 들것에 실려 나갑니다. 그 광경을 모르는 채 들어와 같은 방법으로 거짓말을 한 삽비라도 차례로 죽음을 피하지 못합니다. 졸지에 하루에 두 부부가 죽어 나간 것입니다.


‘차라리 교회를 안나가고 재산을 헌금으로 안내었으면 죽지도 않고 거짓말한 사람으로 소문도 안나고 잘 사는 길 아닌가? 공연히 선한 기독교인이 되고 더 내어 놓으려다가 죽기까지 하다니…’


그런 질문이 꼬리뼈처럼 계속 이어 생각이 떠나지 않아 난감했습니다. 그 당시 나에게는 하나님의 지엄하신 단죄도 개념이 없고 인간세계의 상식이나 서로 용인되는 눈감아주기가 신앙의 길에서는 절대 통하지 않는 중대한 죄가 된다는 고백도 없었으니 당황스럽고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그 후 오랜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처럼 그게 얼마나 하나님을 모독하고 신앙공동체를 깨는 좀이나 누룩이 되는지도 인정하게되었습니다. 정직하게 자기그릇대로 결심하고 내어 놓는 것은 쩨쩨하고 모자란 사람일지라도 이중 위선 거짓 신앙인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간에 유혹에 넘어가고 속이고 공동체속에 그런 행태가 난무할때는 신앙의 바닥과 기둥이 내려앉는 치명적인 불신앙이 되는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왜 죽어 나갔는지 이해도 되고 정당한 벌을 받았다고 인정하면서 내 신앙생활속에서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행태가 문득 보여져 많이 놀랍니다. ‘이러다 죽어 버려지는거 아닐까?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두려움이 몰려오기도 합니다. 그 부부는 재산이라는 물질을 가지고 하나님을 농락하고 교회를 속였지만 꼭 재산만 해당되는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말로 하는 약속, 거기는 미래를 걸고 하는 시간의 납부도 있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의 앞에서는 돕겠다고 말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 안하는 위반도 있고, 기도를 약속하고 안하는 경우, 자녀나 배우자에게 사랑으로 대접하겠다고 약속하고도 기분 나쁘면 생까버리고 사납게 대하는 위반 등, 그 모든 행태가 거짓말과 위반의 연속이었다는 자책이 들때가 그렇습니다.


현대판 아아니아와 삽비라, 그 다름을 극구 변명하고 나는 죽을 정도는 아니라는 합리화와 치사한 발뺌은 아무래도 마음에 걸립니다. 그리 당당해질 수 없는 걸림돌들이 됩니다. 정히나 부득불 능력이 딸리고 얄팍한 성품이라 일관성을 지켜 살 자신이 없다면 최소한 이런 말로 먼저 등록하는 욕심은 부리지 말아야겠습니다.


‘내가 온 인생을 주님을 위해 살겠습니다!‘

’직업과 시간과 재산을 모두 하나님의 기준에 맞추어 살겠습니다!’

‘내가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가족과 이웃을 평생 양보하고 사랑으로 대접하겠습니다!’


이런 겁나는 선 발행 어음같은 약속이 조금 조심스러워져야 겠다는…


  2023. 4. 18. 맑은고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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