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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Apr 19. 2023

악하고 바보지만…소원이 있다

그저 기도 94 - 악하고 바보지만 소원이 있다


사람을 4종류로 분류한 어떤 실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연히 믿거나 말거나 식 내용이었지만 자꾸 그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가장 좋은 이상적 조합은 착하고 똑똑한 사람이었다. 두번째는 착하지만 바보인 사람들이고 세번째는 악하고 바보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안좋은 경우가 악한데 똑똑한 사람들이었다. 상상이 간다. 악한 생각으로 가득한 시람이 똑똑하기까지 하면 세상에 온통 불행과 상처가 빈번하고 피바람이 불지도 모른다.


생전에 아버지가 늘 엄마를 울리고 괴롭히는 상황들을 보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떤 때는 엄마와 집을 나가 가출하기까지 했지만 두려워서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집에 남은 동생들이 맘에 걸렸고 지구 끝까지도 찾아내 해코지를 하고 남을 아버지라고 엄마는 포기하셨다.


나도 나이가 많이 들고 생전의 아버지가 엄마를 괴롭히던 그 위치가 되니 이해가 되고 불쌍히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오랫동안 나에겐 무거운 기억들이었다. 아버지는 자기 기분이 복잡하고 흔들리면 무슨 이유를 찾아내서라도 엄마를 들들 볶았다. 말꼬리를 잡고 그 말을 확대해서 밤새 잠못자게 괴롭혔다. 나는 그런 날이면 이불을 머리 위까지 뒤집어쓰고 잠든척 했지만 잠은 점점 멀리 달아나곤 했다.


아버지는 위 4가지의 인간 군상들 중에 어디에 해당될까? 내 결론은 세번째, 악하지만 바보에 가깝다였다. 도무지 똑똑하다면 더 넓은 세상의 사람들을 상대로 많은 재물이나 큰 자리를 얻기위해 한바탕 휘저었을 텐데 기껏 집안에서 엄마만 상대로 노년의 20년을 방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약한 엄마를 상대로 세월을 다 보내는 사람이 똑똑할리가 없다.


그런데… 나는 어디에 해당될까를 더듬다 놀랐다 그리고 슬퍼졌다. 그렇게 싫어하고 밉던 아버지와 같은 분류인 악하면서 바보에 해당된다는 진실을 피할 수가 없었다.


도무지 내가 착한 시람이라고는 농담 자리가 아닌 다음에야 나도 웃음조차 안나온다. 수박 겉핧기처럼 나를 대충 알거나 전해들은 이야기만으로 나를 착한 사람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아마 내 아이들도 나 없는 자리라면 냉정하게는 그렇게 말할 거다.


그런데 동시에 똑똑하지도 못하다는 사실이 진짜 서글프고 안타깝다. 총각시절 내 주위 사람들은 온갖 방법으로 집사고 주식사고 재테크로 돈을 굴려 갈때도 난 그런거 잘 못했다. 장사라고 손 댔다가 다 털어먹고 적자로 문을 닫았던 적도 있다. 똑똑한거랑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어쩌면 그 덕분에 세상에 피바람 일으키거나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못할짓 상처를 주는 불상사도 작아졌으니 피차 다행이라고 위로 삼아도 되겠다. 사기를 치고 남에게 피눈물 날 큰 건은 벌일 위인이 못되었으니…


조운파님의 ‘두려워하는 것은’ 찬양곡 가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두려워하는 것은 믿음이 약함이요

괴로워하는 것은 소망이 없음이라

노여워하는 것은 사랑이 없음이요

서러워하는 것은 위로가 없음이라]


이 4가지에 나는 다 해당된다는 걸 자주 확인한다. 인생 내내 두렵고 괴롭고 노여워하며 서러워 울기도 하니… 동시에 그 진단은 내게 4가지가 다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럼 싸가지가 없는 건가? 농담이 쓰디 쓰다. 믿음 소망 사랑 위로가 내게는 다 없다는 말과 같으니…


악하고 바보지만 나도 바라는 것이 있다. 무거운 짐은 종류별로 다 지고 살면서 그걸 막는 방패는 한가지도 갖추지 못한 인생이지만 이 말은 나를 신발끈 조이고 달리게 한다. ‘이기는 사람이 끝까지 남는게 아니라 끝까지 견디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는 말! 피투성이라도 견디고 살라는 하나님의 당부 하나를 질긴 동아줄처럼 붙들고 살다보면 끝이 오겠지? 그래서 그날까지 내 소원은 살아 남는 거다


아! 위 노래의 끝 부분은 인생이 다 그런거니 참고 견디라며 이렇게 맺더라.


[무거운 짐을 지고 이 세상 살아갈 때 약하고도 약한 것이 우리의 인생이라 서러워하지 말고 은혜를 받을지니 믿음이 구하리라. 사랑으로 다 얻으리라.]


아멘이다!


  2023. 4. 19. 맑은고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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