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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Apr 20. 2023

고장난 사랑

그저 기도 95 - 고장나지 않은 부모의 사랑


지식도 많고 성품도 넉넉한 뛰어난 선생도 자기 자식은 직접 가르치지 못하고 다른 선생에게 지도를 부탁한다. 자기 자식에게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기대가 앞서고 욕심이 조급증으로 변하여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갈등과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도 종종 그런 순간이 있었다 시골 작은 학교라 누가 공부를 잘하고 누가 어떤 재능이 뛰어나 상을 휩쓸고 어떤 아이는 많이 뒤떨어지는 지 손바닥 보듯 보게 되었다. 학기말이나 학년이 끝날때마다 성적이 비교되기도 하고 이번에는 누가 1등이고 누가 2등인지 시골마을 학부모들은 다 알게 된다. 무슨 대회가 열리면 누가 학교 대표로 선발되어 나가고 시, 도 대항에서 무슨 상을 탔는지 온 마을에 퍼지곤 했다.


우리 아이들과 라이벌인 다른 집 아이들이 엎치락 뒤치락 내 아이들과 선두를 다투는 일을 몇 번 겪다보면 나도 모르게 정작 당사자인 아이들보다 궁금해지고 감정이 동요되기도 했다. 성적이 떨어져 순위가 바뀌고 온 날은 나도 말로는 ‘괜찮아! 다음에 또 잘하면 되지 뭐!’ 하고도 속으론 서운해서 ‘평소에 조금만 더하지, 맨날 게임이나 하더니…’ 그렇게 속으론 살짝 미워지기도 했다


다른 집 자식들과 비교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자기 자식끼리도 비교하여 차별대우를 하기도 한다. 드라마에도 곧잘 우등생에 모범이고 부모의 자랑이 된 자녀와 그렇지 못한 자녀가 빗나가고 문제아가 된 경우도 나온다. 나도 그런 감정에 마주친 적이 있다. 같은 부모에게 태어나도 자식들이 장점과 재능이 다른 게 오히려 정상일텐데 부모의 심정은 반대로 간다.


나도 한 아이는 공부 재능이 조금 앞서서 성적이 늘 1,2등을 다투고 다른 한 아이는 호기심이 너무 많고 다양한 관심사 때문에 늘 대상이 변했다. 밤낮없이 빠져 지내던 대상에서 나오자마자  또 다른 대상에 몰입하고 해서 당황스럽게 했다. 서로 가지지 않은 재능으로 비교해서 서운하기 시작하면 가족간에 영원히 평화는 없을거다. 반대로 자기만 가진 재능으로 잘할때마다 자랑스럽고 기뻐하며 칭찬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잘 안되는 게 많은 부모들의 현실적인 모습이지만…


우산장수 아들과 짚신장사 아들을 둔 엄마가 부정적인 시선으로 일상을 보면 평생 한숨쉬며 살아야 한다. 맑은 날은 우산 장수 아들이 장사를 못해 딱하고, 비 오는 날은 짚신장수 아들이 공치는 날이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어떤 날도 좋고 기쁠수도 있는데도 대개는 안좋은 면에 시선과 감정을 빼앗긴다.


나는 성경의 돌아온 탕자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궁금해진다. 그 아버지는 재산을 탕진하고 망해서 돌아온 아들을 기뻐하며 잔치를 벌였다고 했다. 날마다 동구밖 입구로 나가 멀리 내다보며 오기를 기다렸다고도 한다. 그 아버지는 정말 작은 아들만 사랑했을까? 큰 아들은 내내 열심히 일을하고 아버지 곁에서 지내며 도왔다. 오죽하면 큰 아들이 왜 작은 아들에게 그렇게 소를 잡고 잔치까지 하며 기뻐하냐고 서운해 했다.


아버지는 ‘내 것이 다 네 것 아니냐! 너는 늘 나와 함께 있지 않느냐? 잃었다 찾은 아들은 없어질뻔 하다가 다시 생겼으니 기쁘지 않느냐!’ 라고 대답했다. 아버지는 큰 아들도 당연히 사랑하고 당연히 큰아들 몫도 챙겨줄 마음이 보였다. 원래 부모란 그래야 한다. 각자 다른 길을 살아도 다 소중한 손가락처럼.


만약 큰아들만 칭찬하는 기준으로 둘째아들을 보면 세상에 없는 불효자에 망나니다. 재산을 탕진하고 거지가 되어 염치도 없이 또 부모에게 의존하러 온 창피한 아들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러지 않았다. 그렇다고 잃을뻔했던 아들을 찾았다고 큰아들은 언제나 당연히 일만하고 아무 소리말고 부모가 주는 대로만 받고 살아야 하는 무심한 자식으로 대하지는 않아ㅛ다. 내 것이 다 네것! 이라고 분명히 인정하고 보상하는 공정함을 보여주었다 .


그런데 난 그게 때때로 안되어 서로 없는 점이 마음에 걸리고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곤 했다. 말로 대놓고 넌 누구처럼 왜 못하느냐고 상처주지 않은 걸 참 다행으로 여긴다. 많이 시간이 흐른 후 각자 달리 가진 성품과 재능, 취향이 또 다른 즐거움이 되고 다행이라고 여겨지기도 했다. 하나같이 똑 같으면 굳이 자식이 여럿 있은들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다만 바람 잘날 없는 가지 많은 나무 일뿐이지.


그런데 한가지 아직도 맘에 걸리고 극복하지 못한 것은 자식간에 서로 비교나 남과 비교하는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안에서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내 반응과 감정이 달라지는 문제였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을 지나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그 문제는 쉽게 극복이 안된다.


그건 아이가 잘 되고 좋은 상태일 때는 반기고 시험에 떨어지거나 일이 잘 안풀려 방황하면서 짜증을 내면 보기가 싫어진다. 그런 모습이 너무 못나보이고 머리가 아프고 안보고 싶어진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해버리고 싶어진다. 행여 날카로운 말로 내게 대답하거나 불평이라도 하면 욱! 하는 분노로 한바탕 험한 말이라도 나갈 것만 같아 두렵다. 어디 부모에게 찡그린 얼굴로 말대꾸냐! 하는 화난 감정으로…


그 시간을 넘긴 후 잠잠히 생각하면 다시 안쓰럽지만 날카로운 그 순간은 그렇다. 사실 어떤 사람도 잘될 때는 누가 옆에서 칭찬을 하거나 말거나 별 상관없다. 잘안풀리고 힘들 때, 괴로울 때 사랑하는 가족이나 부모라면 평소보다 더 다정하고 자상하게 위로하고 등을 두드려 주어야 한다. 그런데 정 반대로 반응을 하는게 문제다. 그런점에서 돌아온 탕자의 아버지는 진짜 부모 자격이 있는 분이다. 생존의 위기에 몰린 둘째아들은 야단은 고사하고 먹이고 입히고 환영해주었다. 큰 아들의 마음도 달래주며 형제간 갈등도 풀어주고 공정하게 대우도 해주었다.


내가 하나님에게 평소보다 더 많은 보살핌과 사랑을 바라는 기도를 할때는 늘 안좋을 때다. 뭔가 수렁에 빠지고 헤어나지 못하며 마음이 무너질 때다. 그러면 하나님은 더 큰 사랑의 말씀으로 이기게 도와주신다. 나는 그렇게 사랑을 받으면서 정작 나는 내 자식들에게는 반대의 반응을 보이며 살았다. 잘 나갈 때는 아들이고 힘들 때는 등 돌리고 싶어지는…참 민망한 일이다.


그래도 아직 자식들과 같이 지낼 날이 많다  다행이다. 이렇게 받은 사랑과 준 사랑이 달랐던 잘못을 알았으니 고치고 노력해볼 기회가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촤소한 본을 보여주신 하늘의 아버지가 계시니 그 또한 다행이다!


  2023. 4. 20 맑은고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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