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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Apr 23. 2023

내가 나를 죽이지 않도록



그저 기도 98 - 내가 나를 죽이지 않도록


나이들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줄어들면 아무래도 의기소침하고 약해질 거다. 불안도 많아지고 서럽기도 자주하며 질병과 각종 사고의 위험도 늘어 날거다. 인류의 모든 사람들이 거쳐가고 수용하며 통과한 생명의 단계니 나라고 어쩌랴.


보다 젊은 시절에 뭐든지 할 수 있고 자신감에 가득차서 거침없이 살아냈다. 그때는 희망이 절망보다 크고 용기가 비겁함보다 힘이 세었다. 그래서 긍정과 부정의 균형이 오히려  지나치게 긍정으로 기울어서 힘을 빼야할 지경이었다. 그 바람에 오만과 만용, 과욕이 지나치고 조심성없이 너무 밀어부쳐 겸손이 모자라 사고가 나는 때였으니까.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가진 재산 권력, 힘은 줄어들고 건강도 약해지고 그런 사이 자신을 지켜주는 안전망조차 무너지는 위기가 몰려오기 시작한다. 주춤 뒤로 물러나고 작은 가시에도 상처가 크게 나서 잘 낫지 못하며 오래가다가 흉터가 되기도 한다. 많은 부분이 그렇게 전세가 역전되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비행기는 좌우의 두 날개로 난다. 하나의 날개로는 수평을 만들지 못해 안전하고 보기 좋게 날 수가 없다. 균형을 잡는 대부분의 사물, 단체, 삶에는 거의 좌우 대칭, 혹은 정 반 합의 원리가 바탕을 이룬다. 수레도 두 바퀴가 하나의 바퀴보다 안정감을 갖추고 굴러 간다. 바람직한 인생도 예외가 아니라서 어쩌면 맑은 날만 계속되는 삶보다 흐린날과 적절히 교대로 이어지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고 좋을 수도 있다.


사람도 자연과 예외가 아니라서 그렇다. 인생에는 곡절과 평탄이 교대로 있고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 고통과 행복이 차례로 오고 가는 과정에 가장 바람직한 모습의 인격이 만들어진다. 한쪽만 경험한 인간이 타인과 소통하며 공감하기란 얼마나 힘들고 불가능한가! 그런게 있기나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하나의 사람 안에도 그 둘이 늘 치열하게 밀고 당기며 앞으로 나아 간다. 꿈이 현실을 이끌어 가고, 현실이 이상을 어느 면에서는 좌절시키거나 발목을 잡으면서 유한하고 약한 인간의 본질을 인정하며 살아가게 된다. 사람들이 원하지는 않지만 불행과 행복이 두개의 수레바퀴처럼 우리를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만든다. 원망만 내내 하는 사람이 없고 감사만 내내 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아주 극단적 예외를 뺀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렇다.


그 균형이 잘 잡힌 사람은 마치 들판에서 밤과 낮, 추위와 온기를 교대로 견디면서 피어난 꽃처럼 향기롭고 진한 색갈을 가진다. 젊은 시절은 그래서 청춘이라고 하는걸까? 사람의 젊은 날은 생명력이 강해서 어떤 고난이나 역경, 나쁜 환경이 둘러싸도 버티고 빛을 발한다.


그런데… 나이들고 모든 영역이 초라해지면서 위기가 닥친다. 팽팽하던 균형이 무너지고 구차해지고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더욱 그렇게 된다. 쓸모없고 도움 안되는 뒷방 노인네처럼 거추장스럽다고 밀려나고 작은 풍파나 시련에도 방어를 못하고 무너진다. 쉽게 병들고 생산적이지 못한 소모품이 되어 비용을 더 치르게 한다. 노인 자살율이 가장 높은 이유가 우연이 아닌 것도 그래서일거다.


이제는 의도적인 방어의 힘을 늘리고 여러 종류의 방패를 더 미리 마련해두어야 한다. 그래야 균형을 이루고 앞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내버려두고 방치하면 원망이 감사보다 자주 나오게 되고 극복보다는 좌초될 확률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젊고 가진 것이 많을 때 우리를 유지하던 방어막은 이제 힘을 못쓰니 새로운 방어막을 동원하고 사용해야 한다.


건강이 무너지고 질병, 노화가 출몰하는 자리에 대신할 생명의 본능적 대체는 뭐가 있을까? 아픔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함에도 불구하고! 사는 재미가 없어져가고 사는 허무가 늘어남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갈 목적은 뭐가 있을까? 살아갈 힘은 어디서 얻을 것인가?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치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식물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찌라도 나는 여호와를 인하여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을 인하여 기뻐하리로다  -  하박국 3:17‭-‬18]


하박국 선지자는 이렇게 노래했다. 모든 것이 절망적이고 상실되었을지라도 단지 여호와가 계신다는 그 이유 하나로, 나를 구원하실 분으로 믿는 마음에 변함이 없기에 기뻐하리라! 고 했다. 모든 일상의 처지가 어떠하든 흔들리지 않는 살아야할 의욕이 있다고 했다. 인류사에 오직 하박국 한명만 누릴 이유였을까? 단 한사람레게만 허용된 생명의 비밀일까? 아니라고 믿는다. 하여 나도 온갖 나를 지탱하던 날개와 바퀴가 녹슬고 무너지고 사라져도 내 생을 이어가리라! 나를 구원하실 분이 살아계시니!


그래서 나의 기도는 새로운 제목을 달고 빈다. 나의 부정과 허무와 근심과 수모르르넘어서는 방패를 주소서! 형편이 어떠하든지 흔들리지 않는 생명의 근원과 지키시는 분을 믿는 믿음을 주소서! 그리고 가야할 곳을 그리워하는 소망을 간직하고 이 잃어가는 균형을 넉넉히 버티고 살게 하소서!


  2023. 4. 23. 맑은고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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