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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Apr 24. 2023

대신… 하늘나라는 주세요!



그저 기도 100 - 대신… 하늘나라는 주셔야지요?


집을 팔아 병원빚을 갚았지요. 직장도 징검다리 출근이 미안해서 더 이상 다닐 수 없어 그만 두었지요.


그러다 아이들은 지낼 집이 없으니 외가집에 한 명 아르바이트 하는 숙소로, 또 한명은 군대로! 그렇게 뿔뿔이 흩어지고 이산가족이 되었어요.


아직은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나는 모든 경력 꿈을 무용지물로 접고 미래도 없이 오직 아내 간병 하나만 감당하는 포로생활 비슷하게 발목이 잡혔으니…


이 정도면 산산조각이 난 믿음의 선배들과 겉으로는 비슷하지 않나요? 자발적인 동의 따위는 기회도 선택의 여지도 없는 딴판이지만요.


성경에서 남의 무용담으로 읽고 들을 때는 멋지기도 하고 분명 뒤끝에 가서는 보란듯 반전이 있을거라 기대했기에 고난도 전혀 절망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비록 출발은 스스로 하지 않았지만, 기꺼이 동의하고 따른 믿음의 선배들은 모두 하나님의 나라에서 귀한 보상과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 있다고 신앙인들은 다들 의심없이 믿고 있습니다.


그러면… 고생하는 동안 맨날 쫄고 울고불고 꼭 장난감 빼앗긴 애들처럼 받아들이며 산 저는 어찌 되나요? 아무 것도 남지않고 초라해진 겉모양은 믿음의 선배들과 비슷하지만 속 사정과 마음은 하늘과 땅만큼 다른 저는 앞으로 어찌되나요?


그럼요, 저는 억울하지요. 믿어지지도 않고 이해도 안되지요. 왜 내가 가진 꼴랑 지푸라기 같은 그것들을 다 압류당해야 하는지, 덩달아 온 가족이 파산한 나라의 피난민처럼 고초를 겪으며 떠돌아 다녀야했는지를…


물론 죄라면 없다고는 못합니다. 하지만 나만 큰 죄 아니고 도토리 키재기처럼 거기서 거기 아닌가요? 오십보 백보 비슷한 죄를 지은 벌 치고는 공정하다고 안받아집니다. 다들 그런 벌 받지는 않잖아요?


이미 몇번의 벼랑끝도 서보았고 캄캄한 동굴도 지났고 춥고 서러운 날도 많이 보냈어요. 그러니 이제 다시 돌이켜 호의호식 같은 생활을 달라고는 않겠어요. 다만… 기왕 그 고생을 시키고 쥐꼬리만한 소유도 몰수하셨으면 작은 보상은 해주셔야지요. 그러니까 제 바람은 믿음의 선배들이 고난을 지나 들어가신 그 나라에 한자리 끼워달라는 것입니다.


그 마지막 소원이라도 위로삼아 가슴에 담고 나머지 길을 마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안그럼 자꾸만 서러워지는 이 생의 허무함이 밤마다 발목을 잡고 끌어내려 못견디겠어요. 부디… 그 하나라도 주시길 싹싹 빕니다. 혹시 자리가 모자란다거나 그만큼의 공적이 안된다면 저를 빼고 아내와 아이들이라도 허락해주세요. 그나마 스스로 가장인 나를 달랠 체면이나 위안이 될테니까요.


  2023. 4.25 맑은고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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