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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Sep 01. 2023

두 가지 마음 2

‘두 가지 마음 2’


‘두 가지 마음’이라는 글을 올리고

이 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아내가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발병 초기에 아내는 이렇게 기도했지요

‘빨리 아픈 몸이 나아서 가족들 곁에 살게 해달라고’

그리고 병이 심해지고 중환자실을 들락거리며

여기 저기 몸의 기능들이 멈추고 통증으로 시달릴 때

어서 빨리 죽게 해달라고 기도가 바뀌었어요

세월이 좀 더 지나 이제는 기도를 할 수 없다고

아내는 결정장애자처럼 말하곤 했어요

아이들을 생각하면 조금만 더 살아서

결혼하고 가정을 가지는 날까지만 버텼으면…

그러나 한편으로는 남편의 고생과 지친 몸을 떠올리면

이제 그만 떠났으면 싶기도 하다고요


돌보는 나도 두 가지 마음이 오갑니다

아내가 너무 망가지고 힘들어할 때는

그만 먼저 하나님께로 가는 것도 복일지 모른다며

나를 위로하는 합리화를 해봅니다

나조 지치고 때론 나쁜 충동과 도망가고싶은

어두운 얼굴 표정을 아내에게 보이고 말 때는…

그러나 누구도 결정할 권리가 없고

우리 아이들은 헤어질 날이 올 거라고 알아도

헤어질 결심을 감정적으로는 못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두 가지 싸움을 하며 하루씩 삽니다

겉으로 보이는 몸과의 투병과

안으로 무너지는 정신, 슬픔, 신앙 추스리기로…

나도 결정을 못합니다

혹시 나의 숨은 도피 심리가 포장을 하고

아내를 떠나기 바라는 건 아닌지 헷갈리고

자신이 없어서입니다


자연적으로 오는 죽음은 하나님의 부름이 맞습니다

고달픈 세상에서 졸업시켜주시는 은총입니다

그 이전의 어떤 결정도 사람의 욕심과 이기적 판단으로

내려지는 문제 있는 결정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산다는 것은 순종이고 명령이고

세상속에서 수도자로 보내는 일상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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