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망으로 김재식 Sep 01. 2023

두 가지 마음

‘두 가지 마음’


내가 혼자 밥을 먹지 않고

내가 혼자 잠을 자지 않고

기쁜 일 있으면 같이 기쁨을 나누고

슬픈 일 있으면 같이 서로를 위로하고

아내가 곁에 있어 함께 살아주어

그럴 수 있어서 고맙고

외롭지 않을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하지만

아내가 아픈 몸을 날마다 견디고

남들이 산으로 들로 다닐 때

침상위에서 종일 지내야했고

혼자는 음식도 만들 수 없고

혼자는 화장실도 못가고

죽는 날까지 다시는 일어설 수도 없다는

그 서러운 현실을 등에 지고 사는 게

내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당신이 어느날 이 세상을 떠나고

나만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질 그 날

나는 많이 힘들고 흔들릴겁니다

당신이 대답하던 순간엔 정적이 흐르고

내가 혼자 웃으면 그 하나의 웃음만 남고

내가 자다가 깨어 다시 잠을 못 이루면

나 혼자 뒤척이며 어쩌면 울테니까요

당신이 사용하던 물건을 치우며 허전하고

당신이 머물던 곳 빈자리가 슬프겠지요


하지만

이제 더는 아픈 몸에 약을 쏟아 먹지 않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창밖을 보지 않고

남의 도움을 받아 먹고 마시고 화장실 가던

그 미안하고 참는 불편함도 괴로움도

더는 느끼지 않아도 되겠지요?

달랑거리는 통장 잔액을 자주 걱정하고

죄인처럼 어쩌지 못하던 당신의 근심도

이제 더는 가지지 않아도 되겠지요?

무엇보다 내가 가장 기쁘고 행복한 것은

당신이 평생을 보고싶던 하나님을 만나

잘 지낼 것이 분명하게 믿어지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좀 늦게 그곳에서 다시 만날

우리 모두의 만남을 기꺼이 참으며 기다리며

당신이 먼저 떠난 것을 축하할 수 있는 이유는

그렇게 여러가지 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맘대로 사는 거 신나잖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