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20
‘거기서 거기‘
두 살배기 고양이가 있다
눈길을 안주거나 한 대 쥐어 박혀
기분이 상하면 맛있는 간식도 안먹는다
무언가 쿵 소리에 놀라거나
방문객이 현관을 들어서면
꼬리가 빠지게 침대밑으로 숨는다
풀어주는 방법은 너무 단순하다
가만히 거리를 두고 웃으며 바라보기만 한다
좋아하는 낚시 장난감을 흔들어준다
긴장이 풀리고 화가 가라앉으면
간식쥔 손바닥으로 살살 온다
웃지는 않지만
살그머니 몸을 비비며 안긴다
사람은 다를까?
속상하고 분하고 버림받아 두려우면
못먹고 숨는 거와 풀리면 편해지는 것이
거기서 거기다
사진일기20 - 거기서 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