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17 - '함께가자'

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by 희망으로 김재식

우체국 다녀오는 길에 길가로 눈이 안 녹은 채로 있다.

바람이 지나면서 한 줌 집어 내 얼굴에 뿌리고 도망갔다.


'나쁜~~! ㅎㅎ'

그래도 시원하니 상쾌하다.

히터 공기로 탁하고 온갖 냄새로 답답한 병실을 나와

겨울 도로를 걷는 게 오히려 시원하다.

길가 화단에 나무가 푸르다.


"야! 너 안 죽었네? 살아있었구나!"

- '그럼, 나도 살아야지? 암만!‘


아무 연관도 없고, 이유도 안 되는 희망을 품다가 우습다.

심한 구덩이에 빠진 사람들은 그런다.

아무 힘없는 지푸라기를 무슨 동아줄로 보기도 하고,

때론 거덜 난 살림에 라면으로 파티하면서도

배불러서 행복하다고 자축도 한다.

너무 없다는 것이 오히려 아주 작은 일도 큰 기쁨으로 느끼게 한다.


이상하지 않으면,

비약이나 과대망상이 아니면 때론 건너지 못하는 세상이다.

수렁에 빠진 사람들이 종종 걸리는 병 - 공주병 왕자병

– 혼자 맘속으로 꽃이 되고 별이 되고...


추운 겨울이면 꿈도 착각도 사람도 더 많이 필요하고

아무도 곁에 오지 않으면 엉터리 해석이라도 더 깊어야 살아내는 세상


함께 가자! - 우리 이 길을,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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