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망으로 김재식 Aug 27. 2018

누군가와 함께 동행한다는 것은

사는날과 함께 동행한 말씀

‘누군가와 동행한다는 것은’ 


"으으윽!..."

"왜 그래요?"

"목이, 목이 안돌아가, 어깨랑 등짝도 무지 아파!" 


그길로 한의원 가서 어깨와 목에 침을 맞고 왔습니다. 병원 좁은 보조침대에서 자다보면 이틀이 멀다고 반복하는 일입니다. 또 하루는 아내가 속이 안 좋다고 해서 밥상을 침대식탁에 올렸다가 바로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시간이 자꾸 지나 결국 내리 아침밥을 굶었습니다. 


"이렇게 살기 싫어..." 갑자기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아내는 자기 때문이라 자책하며 등을 돌렸습니다. 병실 커튼을 조금 당겨 남들에게서 얼굴을 가리고 돌아누워 울먹거렸습니다. 부부가 마주보고 누우면 그 사이가 가깝지만, 등지고 돌아누우면 지구 한 바퀴의 거리라고도 합니다. 서로 앞쪽을 향해 지구를 다 돌아와야 다시 만나니까 그러나 봅니다. 


"난 당신이 좋아.“ 미안해진 내가 팔을 뻗어 아내의 침대로 손을 올려놓았습니다. 잠시 뒤 슬그머니 아내가 내 손위에 자기 손을 올려놓았습니다. 서로 그 말 외에 다른 말은 안했는데도... 이렇게 말없이도 마음을 알아주는데 30년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감옥 같은 이 불행에도 난 바람피울 엄두를 못 내고 포기합니다. 다시 누군가와 그 긴 세월을 견딜 자신이 없습니다.


동행(同行) - 소원도 비우고 대신 그저 바람이 되어 당신 곁으로 다가갑니다기적도 행운도 없는 삶이라도 당신과 함께 가고 싶습니다.



 (인도하시고 동행하며 도우시는 주님)


성경에 에녹은 하나님과 동행하다 하나님이 데려갔다고 합니다. 얼마나 하나님과 깊이 동행했으면 죽음을 보지 않고 데려갔을까요? 오래 부른 찬송가에도 나옵니다. “주와 같이 길 가는 것 즐거운 일 아닌가. 옛 선지자 에녹같이 우리들도 천국에 들려 올라갈 때까지 주와 같이 걷겠네~ ” 이 가사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정말 그랬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국어사전에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동행자(同行者) : 일정한 곳으로 길을 같이 가거나 오는 사람. 유의어는 길 동무,길 벗] 하나님도 우리의 동행자 아닐까요? 우리가 애당초 온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을 내내 같이 걸어가 주신다는 의미에서 보면.


좋은 동행은 결혼생활과 같습니다. 에녹도 아이를 65세에 낳고서야 하나님과 동행을 시작했습니다. 서로 믿고 감싸주며 양보하고, 같이 있는 것이 늘 기쁘고 새로운 에너지를 생기게 하니까요.  부부도 그런 사이가 지속되지 않으면 이혼하기 십상입니다. 그건 동행이 아니고 형벌입니다동행이 불가능하다는 말입니다또 좋은 동행은 생각과 목적지가 같다는 것만이 아니라 속도도 같아야 합니다그래서 아모스 33절에서 두 사람이 뜻이 같지 않는데 어찌 동행 하겠으며라고 했습니다


극작가 몰리에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소설에서는 결혼이 줄거리의 끝이다. 그러나 인생에서는 결혼이 줄거리의 시작이다.’라고. 그런 기준에서 이 부부의 이야기는 사람들을 감동시켰습니다. 경기도 하남시에 거주하는 김종택(83)씨가 병원에서 세상을 떠나고 6시간 후에 그의 부인인 남후아(85)씨도 자택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자살이나 사고가 아닌 자연사로 말입니다. 66년을 해로하면서 팔순까지도 신혼부부처럼 금실이 좋았다고 합니다. 또 다른 방식의 동행을 한 노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어웨이 프롬 허>를 떠오르게 합니다. 



(영화 '어웨이 프롬 허' - 진심으로 끝까지 사랑한다는 것은 놓아주는 것 까지를 포함하는 것)


44년을 부부로 살아온 그랜트와 피오나. 뇌가 녹아 기억이 없어지는 퇴행성 질환 알츠하이머에 걸린 피오나는 자기 자신이 조금씩 변해가는 걸 알고 괴로워합니다. 알츠하이머는 본인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합니다. 피오나의 증세는 점점 심해져 결국 알츠하이머 전문 요양원에 입원시키게 됩니다. 입원한 지 정확히 한 달 후 피오나를 찾아 병원에 간 그랜트는 자신을 기억 못 할뿐 아니라 다른 남자환자와 사랑에 빠진 피오나를 보며 많은 생각에 잠깁니다. 


그 남자가 퇴원하자 실의에 빠진 아내 피오나를 위해 그랜트는 고심 끝에 그 남자를 설득해 다시 병원으로 데려옵니다. 꺼져 버린 그녀의 머리속에도 잠깐씩 불이 들어옵니다. 남편이 읽어 준 <오딘의 편지>를 기억해 내고, 남편에게 "당신은 나를 버릴 수도 있었는데, 버릴 수도 있었는데... 버릴 수도 있었는데...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하며 꼭 안아 줍니다. 사랑의 동행은 상대를 위해 스스로 멀리 가는 선택을 할 만큼(그래서 영화 제목이 ‘Away from her’ 입니다) 고귀합니다. 


하나님은 그보다 백배는 더 변치 않을 동행의 약속을 성경의 곳곳에서 하셨습니다. “내가 네게 명령한 것이 아니냐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하시니라” (여호수아 1장9절). 또 예수님도 두렵고 무서워하는 연약한 제자들에게 약속했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 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태복음 28장20절) 


믿음의 선배 동지들도 그런 하나님이심을 알았습니다.  찰스 스펄전은 ‘하나님께서는 자녀들을 불 속에 던질 때, 반드시 자기도 그 불 속에 들어가 함께 걸으신다.’고 했고, 파스칼은 ‘행복은 우리 안에 있지도 않고 우리 밖에 있지도 않다. 오직 하나님과 같이 있을 때만 있다.’라는 말로 하나님과 우리의 동행에 대해 고백을 했습니다.

  

아내가 중환자로 생사의 기로에서 힘들 때 많이 불렀던 나의 애창 다섯 곡 중의 하나인 ‘나의 등 뒤에서’는 하나님이 평생 우리의 등 뒤에서 우리를 돕는다고 하셨습니다. ‘나의 등 뒤에서 나를 도우시는 주 / 나의 인생길에서 지치고 곤하여 / 매일처럼 주저앉고 싶을 때 나를 밀어 주시네 /일어라 걸어라 내가 새 힘을 주리니 / 일어나 너 걸어라 내 너를 도우리’ 라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방법은 예배와 기도와 성경읽기를 통해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보다 훨씬 긴 생활 속에서 동행하는 것은 더 중요합니다. “하나님, 저 일하러 갑니다!” “하나님, 저 잘 겁니다!” “하나님, 저 지금부터 운전할 겁니다. 안전하게 동행해주실 거지요?” 그렇게 모든 일에 말하고 듣고 생각하며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 시간들 속에서 부부들의 행복한 결혼생활 같은 사랑이 싹트고 신뢰도 단단해지기 때문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잘것 없는 배역이란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