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꺼내고 추억은 담고 2 - ‘거리에 서서’

여행, 그 영원한 설레임

by 희망으로 김재식


이국땅. 어딘가를 찾아 걷던 중 사거리에서 섰다.
차들이 멈추고 안전한 틈이 생기면 길을 건너리라 하며
계속 이어지는 꼬리를 보다가 무심코 셔터를 눌렀다.

모든 것이 멈추었다. 차도 구름도 사람도
현실에서는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바뀌어버린 풍경이
사진속에서는 얼음땡 놀이처럼 정지되어 남았다.
아마도 오래도록 이렇게 있을 것이다.


우리는 시간을 멈출 능력이 없다
그러나 시간속의 기억은 종종 멈추게 한다.
슬픈 순간, 행복했던 순간은 더더욱.

하나는 벗어나고싶어도 가위 눌린듯 멈추고
또 하나는 벗어나기 싫어 일부러 매달려 머무른다.
180도 다른 차이가 있음에도 그 둘은 사진처럼 멈춘다.

그런데... 우리가 지나온 시간여행의 길에서
슬픔도 행복도 다 빼면 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기억과 상관없는 시간은 또 무슨 애착이 있을까?

문득 알게 된 것 하나,
'내 기억속에는 슬픔들이 참 많았구나...'



고립이다.
물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또 다른 세상으로 가기
말을 건네기도 듣기도 어려운 홀로서기

억지로 가두어 두지 않은 자유로운 생명들
이쁘고 알록달록한 물고기들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서툰 몸짓 두려운 마음 참으며 스스로 들어간 세상.


사랑한다는 것은 남의 땅에 발 들여놓기
사랑받는다는 것은 내 방의 문 열어주기
그것은 사람사이만이 아니라 모든 것들과 소통하는 기본이다.

이전 어느 날, 더 돌아간 또 어느 날
그 기본을 몰라서 많이도 힘들었었다.
미워하며 헤어지고 불편하다며 밀어낸
쓰라린 시간, 그리고 사람들...

'미안해, 미안해... 내가 서툴러서 그랬어 ㅠ'




위의 하늘과 중간의 사람과 아래 물속의 고기들이 하나다.
따가운 햇빛과 시원한 바람이 사랑스러워 진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침묵속에 숱한 몸짓 수다가 오간다.

고맙다.
이런 날을 참 오래 기다렸는데...




왁작지끌! 자욱한 연기, 여러 맛의 음식냄새!
밤에 열리는 먼나라 야시장의 먹자골목은 요란했다.
마치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종일 기다려온 듯.
오늘 끝장을 낼 사람들처럼 만들고 먹어대고 있다.

익숙하게 닭꼬치와 닭다리를 열 몇개씩이나 동시에 튀기는 아줌마
한글로 된 앞치마를 두르고 어슬렁거리며 주문받는 아랍계아줌마
신기하게도 먹는 거리는 어느 나라나 비슷하게 들떠있고 신났다.



한때는 억울한 소리를 들으면 그때마다 화난듯 먹어댔다.
걱정거리가 서너개나 몰려올때도 하염없이 먹었다.
몸이 너무 고단하면 병이라도 날까봐 억지로 먹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탈이 났다. 간도 위도 망가지고.

이제 외국 땅, 맛나 보이는 음식을 천지배까리로 앞에 놓고
문득 꾸역꾸역 먹을 아무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는 사람도 없고 눈치 볼 필요도 없는 곳.

- '아, 죽기살기가 아닌, 그냥 평안히 뭔가를 먹을 수도 있구나...'



그런데 그걸 모르고 살았다. 그렇게 팍팍했다니 ㅠㅠ
새삼스레 서러움이 복받쳐와서 모처럼 얻은 편히 먹을 기회를 날린다.
그때는 여유가 없어서, 지금은 그 기억이 힘들어서.

그래도 음식은 사람들을 푸근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다행이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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