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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Sep 01. 2019

미치거나 감사하거나...

<미치거나 감사하거나...>

아내가 또 아프다.
목도 붓고 어깨랑 등은 통증이 몰려오고
더웠다 추웠다 변덕이 귀찮을 정도로 오락가락한다.
머리도 아프고 코도 막히고 짜증이 나는 아내는 혼자 끙끙 앓는다.
하기는 뭐 이 정도 아픈 건 다행이고 고마운 편에 속한다.
재활치료선생님이 3일째 병실로 와서 몸을 좀 풀어주고 가신다.

아내는 희귀난치병 중증대사장애 산정특례환자로 병원에서 입원생활하는 중이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쭈욱... 햇수로 12년째다.
주 질병을 관리하며 순식간에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재활치료를 잠시라도 중단할 수 없다.

그렇게 입원중에도 추가로 또 아팠다가 덜했다가 한다.
최근 2년동안 3번의 전신마취 수술을 했다. 평균 8개월마다 한번씩이다.
표적항암주사 등 면역억제치료를 십년넘게 하다보니 전체적으로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한달에 한번 정도는 감기 몸살 방광염 여기저기 통증으로 약을 추가로 먹거나 주사를 맞는다.
그럴때마다 솜짐을 등에 잔뜩지고 물을 건너는 심정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건 약과다.
신경이 마비된 배변과 소변 해당 장기관들은 정말 아픈 당사자인 아내와 보호자인 나도 힘들다.
이틀에 한번은 변기에서 최소 30분 보통 한시간씩 땀빼는 것도 모자라 종종 실신지경이 된다.
두드리고 힘쓰고 장갑으로 빼고...
하루 8번씩 커튼을 치고 빼야하는 소변은 밤도 새벽도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
앞으로 살 수있는 햇수를 생각하다 가끔은 그 세월이 너무 무거워 빨리 끝났으면 하게되는 이유다.

뭘까? 그럼에도 이 괴로운 상황을 지금까지 견디고 앞으로도 감당하게 하는 것들은?
그 생각을 하다보면 하나의 갈림길이 떠오른다.
‘미치거나 죽거나...’
셀수없이 여러번 마주치고 남들이 직접 내게 권하기도 했다.
아내를 버리라고... 펄쩍 뛰며 그럴 수 없다며 들었지만 솔깃한 적도 있다.
정말 나에게 이 세가지가 없었다면 나는 못견뎠을거다.
진작 아내를 버리든지, 아니면 내가 나를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나님 계심을)믿거나 (영원한 다음 나라가 있음을)소망하며!’

그 두가지만이라도 안죽고 버티기는 했겠지만 무지 힘들었을거다.
다행히 한가지가 더 있어서 정말 병들지 않고 견딜 수 있었다.
‘(예수님이 보여주고, 가족과 이웃이 서로 나누어준) 사랑!’
짐덩어리인 아내가 예쁘게 보여지는 이 이해할수없는 사랑이 아니었으면?
곪거나 문드러진 심장이 벌써 터져 죽었을지도 모른다.
믿음, 소망, 사랑! 이 세가지는 우리를 살리는 구사일생 신약이 맞다!

그러니...
이제는 둘 중의 하나를 언제나 떠올리면 산다.
‘미치거나 감사하거나!’
오늘도 보너스처럼 큰 질병에 따라오는 잔병에 종일 침대를 등에 지고 씨름하다 잠든 아내를 보며 혼자 중얼거린다.
‘오늘까지는 무사... 그러니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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