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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Nov 14. 2019

생명이 이리 약하니...

작은기도 111


갑자기 눈앞이 회전그네가 돌듯 어지러워 혼났습니다.
불과 한시간여 만에 회복되었지만 두통과 토할것 같아 괴로웠습니다.
이렇게 연약한 몸, 생명위에 길고 큰 욕망을 쌓고 당당했다니...
주님,
몸의 여러 지체들이 제 기능으로 살았다는 것이
기적이고 은총임을 엎드려 감사하며 새깁니다.
저는 약한 몸에 호흡하는 촛불하나 담고 사는 피조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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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늘 반복하는 병원의 기상시간.
습관처럼 안경을 더듬어 찾아 눈에 걸치고
시간을 확인하려고 전화기를 켠 순간...
눈앞에 섬광이 번쩍하는 느낌이 오면서
빙그르르 화면이 돌기 시작했다.
화면의 글씨가 뭉개지고 세상이 곤두박질한다.
욱! 속이 토할것처럼 일렁이고 두통이 몰려왔다.
얼른 눈을 감고 호흡을 천천히 느리게 가다듬었다.
‘119를 불러야하나? 조금만, 더 있어보고...’
도로 캄캄하게 손으로 눈을 가리고 누워 꼼짝하지 않았다.
조금만 몸을 뒤틀어도 다시 속이 울렁거려 괴로웠다.
십분, 삼십분, 거의 한시간이 가까워지자 조금씩 진정된다.
‘이석증인가? 갑작스런 빛으로 시신경이 놀란건가?’
별 짐작을 해봐도 이유를 모르겠다.
두려움으로 조금씩 움직이며 참았던 화장실을 다녀왔다.
안경이 무서워 쓰지도 못하고...
다시 돌아봐도 끔찍하다. 그 괴롭던 순간의 증상들이.
사람이 건강할때는 상상도 안하고 사는데
몸에 한곳만 이상이 생겨도 이렇게 고통스럽고 무기력하다니.
수백군데가 넘는 몸속의 각 기관들이 몇십년 용케도 정상이었다.
응급실로 실려가던 심장 부정맥도 그랬다.
이렇게 이유모를 고장 증상으로 철렁하고나면 반성을 한다.
우리 몸이 얼마나 연약한 기반이고 얼마나 고마운 유지를 하는지
까맣게 모르고 무시하며 사는 태도가 무서울 정도다.
이 모래땅 위에 평생의 욕망들을 탑처럼 쌓고 큰소리 치며 산다.
부자가 추수한 곳간앞에서 배를 두드리며 당당하던 가소로움처럼
오늘밤 생명을 가져가면 그 재산이 누구것이 될까? 경고한 하나님.
늘 잊고 사는게 정상이고 건강한 삶의 태도가 한편 맞다.
날마다 죽을 걱정에 전전긍긍 근심과 슬픔으로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신앙인들은 동시에 잊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성공과 자랑의 바벨탑만 가지고 살 것이 아니라
언제 어느 날 순식간에 사라질지 모를 연약한 생명의 존재라는 것도.
그러니 우쭐한 자랑과 오만을 멀리하면서 동시에
비관과 절망감, 원망과 근심도 길게 가질 필요가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들이 오기도 전에 우리는 이 땅에서 사라질 수도 있고
우리의 힘이 닿지 않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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