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다행이다

by 희망으로 김재식

<이 또한 다행이다>

이국종교수.
중증외상센터에 비상구급용 헬기를 도입한 의사.
대학병원내의 예산을 따지는 사람들과
소음을 이유로 항의와 고발을 하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며
여러 생명을 살려 낸 그도 자신의 내면에서 솟는
우울증에 오래 시달리고 힘겹게 견딘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의 처방은 감동적이고 불안을 밀어내었다.
약도 상담도 수용하였지만 더 큰 자신의 처방은 마음이었다.
사소한 너무 사소한 점심에 나온 맛있는 반찬을 기쁨으로 감사하고
야구와 산책과 더 바쁘게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나는 감수성이 너무 예민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냥 흘려보낼 아주 작은 일에도 반응한다.
상처받고 슬퍼하고 분노하며 좌절과 비관을 수시로 한다.
잠못들기를 잠잘자는 날보다 더 많이하면서
조금만 속상할 일을 만나면 밥을 못먹고 건너뛴다.
그냥 어거지로 밀어넣었다가 체해서 여러번 고생한 후에 그런다.
바람만 불어도 날씨가 조금만 추워져도 온갖 걱정과 외로움을 탄다.
하지만 참 다행이다.
나의 예민한 감수성은 다시 살아나는데도 생명줄 같다.
누구의 위로 한마디와 길가의 꽃 한송이와 밥 한끼에도 예민해진다.
기뻐하고 감동받고 희망을 다시 추스리곤 한다.

우리의 약한 점들은 때때로 우리의 장점이 된다.
남의 말과 남의 감정에는 미동도 안하는 사람들은
어느 순간에는 스스로 철벽 담장이 되어 고립된다.
아무도 도움을 줄 수 없고 자기가 무너지면 누가 일으켜 줄 수 없다.
자신의 약한 부분을 알면 더 노력하거나 인정함으로 겸손해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살도록 만들어진 법칙이 참 신기하고 다행이다.
안그랬으면 우리는 모두 자기의 연약함에 매몰되어 거꾸러졌을거다.
지금까지 살아남지도 못하고.
이 또한 다행이다.
나 같은 시시하고 불행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인간이
이렇게 긴 세월을 죽어자빠지지않고 버티고 산 것도 고맙고
주변에서 자기의 짐을 지고 잘 살아내는 분들을 보게하시니
이 또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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