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울린 사람

by 희망으로 김재식


잠에 잘 들었다! 싶었는데... 새벽 2시에 깨버렸습니다. 다시 자야하는데 그게 안됩니다. 자꾸 맑아지는 머리와 여러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그런 경우 대부분 예외없이 빠지게 되는 염려와 슬픈 외로움이 몰아칩니다.

결국 3시까지 버티다 정신과 선생님이 처방해준 약을 먹었습니다. 신경안정제와 수면제이겠지요. 문제는 아침에 딸아이를 영어토플 시험을 보는 충북대학교 국제학술관에 태워주기로 했는데... 운전을 하기가 불안스러운 몽롱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냥 졸리기만 하는게 아니라 팔다리의 힘을 누가 다빼가버린듯한 느낌입니다. 축 늘어지고. 약속은 했고 택시를 타고 아이와 함께 제 시간에 도착했습니다. 아이는 혼자 가도 된다고 말했는데 일부러 햇빛도 맞고 산책도 할겸 병원을 나가고 싶어 그리했습니다.

머리로, 말로는 계속 어떤 일도 올수있고 겪고 감당하겠다 선언을 하는데도 무심코 깬 잠결과 그 후 뒤척이는 시간에 몰려오는 감정은 다른 상상을 자꾸만 합니다. 아내가 떠난 후 캄캄한 방에 나혼자 밤을 보내는 상상, 여기 저기 얹혀 지내보기도 하고 누구를 붙잡고 안놓아주며 홀로 있기 싫어 숨이 막히고 무섭고 슬픈 느낌들이 그랬습니다. 더 시달린건 그보다 열배는 더 싫은 상상이 몰려와서입니다. 내가 떠나고 혼자 남은 아내에게 닥치는 갖가지 상황들, 대소변 화장실 문제, 몸살나고 괴로운데 씻지못하는 상태, 가끔오는 과호흡의 공포, 등

밤은 확실히 단잠을 주시는 하나님보다 설치고 생생나는 사탄의 시간이 맞나봅니다. 정말 싫은데... 겨우 이 정도에 지레 미리 빠지는 두려움도 그렇고. 그렇게 뒤척이다 좀 전에 들은 한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들을 때 가슴 찡하고 눈물 시리던 이야기!

어느 목사님이 들려준 실화입니다. 그 교회 집사님이 주보를 나누어주는 일을 담당하셨는데 늘 고운 옷과 단장을 하시고 그 일에는 넘치도록 정성을 하셔서 어느 때 물어보았더니 그 분 대답이 이러셨대요.

“목사님, 왜 제가 그렇게 지나치게 보일 정도로 준비를 하고 주보 나누어주는 일을 하는지 아세요? 일주일 동안 세상에서 힘들게 일하고 지쳐서 오시는 분들이 행여나 목사님이 집례하는 예배와 설교때 집중 못하고 고단해할지 몰라서 활짝 기분좋게 행복하게 예배를 드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런답니다”

그 말에 많이 감동하셨다네요. 정말 작은 일에 충성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이 살아서 보이는 것 같았다고. 더 감동을 받은 이야기는 그 분이 임종을 하시게 되었는데 임종 몇시간 전에 병원으로 달려간 목사님에게 작은 목소리로 농담을 하셨답니다. 힘은 없지만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머금고 목사님 귀에 들려준 그 말은 이랬다네요.

“목사님, 미인단명이래요!”

그 말에 목사님도 웃으셨답니다. 병실에다가 임종전 만남인데도... 저는 그 여집사님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살아서도 작은 일에도 기쁨과 정성으로 살고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하나님 부르심을 믿지 않으면 도저히 가질 수 없는 평안과 여유가 부러워서... 누가 누구를 위로하고 마음의 평안을 선물했는지 헷갈릴 상황입니다.

하나님, 저도 그런 깊고 너그러운 믿음의 향기를 내면서 살게 좀 해주세요. 두려움과 불안, 불신에 찌들려서 움추리고 살다 가지 않게 해주세요! 기도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살아서 어떻게 보낼지, 다가오는 죽음은 어떻게 맞이할지 그 본을 보여주신 여집사님이 참 고마웠습니다. 나도 따라가면 될 발자국을 내 앞에서 찍어주시러 온 것 같았습니다.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말로만 가르쳐줄 수도 있는데 몸소 생을 다바쳐 보여주시러 온 거 같아서. 큰 위로와 힘이 되어주셔서...

그렇게 뭉클한 맘으로 제가 저에게 호소를 했습니다. “이 약하고 못난 사람아 이제 제발 쫌... 든든하게 지내보자!”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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