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의지할 끈 하나는 잡고 산다

by 희망으로 김재식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거운 바위 하나를 등에 지고 한걸음씩 내딛는 기분.
마치 끈 하나를 잡고 매달린 사람을 외면하고
그 끈을 가위로 짤라 아래로 떨어지게 한 죄책감이 들었다.
떨리는 목소리, 불안한 표정, 손을 잡으며
조금만 더 있어달라는 부탁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
벌써 3일째 갈아입을 옷도 없이 일도 미루고 있었다.

그때 그냥 아는 여동생을 보러 간 길이었다.
그런데 그의 할아버지가 덜컥 심한 병이 걸렸고
병원에서는 수술도 할 수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 여동생외에는 자식도 친척도 아무도 없고
그 아이의 할머니는 당황하고 어찌해야할지 몰라했다.
왜 안그럴까? 의논할 사람조차 없이 결정을 해야하니...

많이 지난 나중에 나도 꼼짝없는 그런 상황에 마주쳤다.
아내가 처음 아프기 시작할 때 삼성병원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을 들어갔을 때였다.
그때 몰아친 두려움과 막막함이란 혼자 견디기 힘들었다.
염치없이 문병온 교회 동생을 붙잡고 기어이 못가게 했다.
병원 로비의 의자에 담요하나를 깔고 덮고 잠을 청했던 기억.

사람들은 그렇게 무언가 의지할 끈 하나는 다 필요하다.
무너지고 캄캄하고 그럴 때는 무엇이든 잡고 견뎌야 하니까.
어떤 사람들은 그 끈이 돈이기도 하고 인맥이나 학연,
또 어떤 이는 예술이나 종교, 작게는 술이나 마약에도 의존한다.
안 그럼 못살거 같은 모든 대상이 끈이 되고 의지가 된다.
홀로 벌판에 선 나무같아도 씩씩하게 살아내는 사람은
대단하고 존경스럽지만 그리 많지 않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의지할 무엇을 만들고 붙잡고 살아낸다.

‘의지하세 의지하세 주 의지하세~’ 라는 찬송도 있다.
의지가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 다음 구절이 바로 알려준다.
‘구하시네 구하시네 주 구하시네~’ 를 보면.
의지는 살 힘이 되고
의지는 살 이유도 되고
의지는 살아야 할 모든 생명의 첫번째 기본 수칙인지도 모른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 부시럭 거리는데 아내가 부른다.
잠 깨우기가 미안해서 내가 일어날때까지 기다린 아내다.
소변을 빼줘야 하는데 아침이 가까우면 그렇게 종종 참고 기다린다.

“당신은 내가 의지할 끈이지?”
“???...”
“내가 있어야 살 수 있는 사람이니 내가 끈이지!”
영문을 몰랐던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답을 듣고야 나는 으쓱 힘주며 힘을 얻는다.
때로는 그렇게 자식이나 돌봐야할 가족,
혹은 모르는 누구도 살 이유가 되기도 한다.
내가 그 사람에게 필요한 의지가 되고 끈이라는 생각이
어지간한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해주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누군가를 필요로 하면서
동시에 모든 사람은 누군가에게 의지할 끈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살라고 하늘도 말씀하셨다.
‘우는 자와 함께 울고 웃는 자와 함께 웃어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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