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34 - '늙음'

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by 희망으로 김재식

"여기? 아래?"

"그냥 아무데나 붙여, 어디 붙여도 다 시원해!"

"온 몸이 환부라니, 참 갑갑하다...."


병원에서 제한적으로 주는 파스가 모자라 아예 뭉텅이로 사왔다.

목 어깨 등짝, 안 아픈 데가 없다는 아내.

그야말로 온 몸이 통증덩어리니 아무 곳이나 붙여도 된다는 말이 틀린 말도 아니다.


- '총체적 난국'


아내는 그렇게 늘 아픈 중에 가끔씩 안 아프다.

아내는 그럴 때 얼른 신나게 웃는다.

또 언제 그럴 수 있을지 모르니 기회가 오는 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사람처럼...

그걸 곁에서 늘 보고 사는 내 삶도 참 팍팍하다.


그 맘을 이해하면서부터 살지 못해 죽는 사람을 욕하고 싶지 않아졌다.

오히려 욕하는 사람에게 당신은 죽을 만큼 살아보았는지 물어보고 싶어졌다.

한 편 죽지 못해 사는 사람에게는 위로를 해주고 싶다.


- "사느라 참 애쓰시네요!"


죽는 것도 사는 것도 어느 쪽도 쉬운 것은 없다.

참 애쓰지 않으면 못하는 것들이다.

뭐가 쉽겠나...


그러니 무엇을 선택하든지 스스로에게도 대견하다고 말해야 한다.

살든지 죽든지 욕하지 말고, 기죽지 말고,

오직 남는 것은 최선을 다한 후회 없는 마음뿐.


늙음 – 망가지는 몸들, 긴 시간을 견딘 인내, 그 자리를 채우는 겸손과 이해.

늙음, 그렇게 흉하지 않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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