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35 - '아내'

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by 희망으로 김재식

“우리 이래도 되는 거야? 그래도 명색이 크리스마스인데...”

“그러게...”

“이게 뭐야, 컵라면에 밥 말아서 때우고...”


몸 컨디션이 별로 좋지 못한 아내 덕분에 성탄절 종일 병실에 콕 박혀서 하루를 보냈다.

아내는 종일 시무룩하면서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몸 따라 마음도 가는걸까?


그런 사이에도 시간은 흐르고 밤 12시가 막 넘어 간다.

아내의 소변주머니에 가득 채워진 소변을 비우다 울컥 몰려오는 무엇이 있다.

세상 사람 중 자신이 소변주머니를 차고 살게 되리라 예상하는 이가 몇이나 있을까?

기저귀는? 다 큰 어른이 되어 하루 이틀 아니고 7년이나, 언제 끝날지 모른다면?...


“도무지 아픈 사람 같지가 않아요, 어쩌면 이렇게 밝게 웃어요?”


문병 온 사람들이 웃는 아내를 보면 하는 말이다. 나는 마음이 아프다.

사실 내가 긴 세월을 지치거나 큰 사고치지 않고 무사히 견뎌내는 데는 아내의 덕이 많다.

나라면 소변 줄, 기저귀 차고 그저 침대에서 버티고 사는 것을 못 견딜 거다. 7년은 고사하고 1년도...

그런 점에서 아내는 정말 고맙게도 잘 이겨내고 몸으로나 마음으로나 폭력 쓰지 않고 살아주었다.

어디서 그 힘이 나오는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믿어지지 않는다.


어느 시인은 자기를 키워준 8할이 바람이라든가 뭐라든가?

내가 이 절망뿐일 세상살이를 견디게 해준 것은 8할이 아내인지 모른다.

자정이 지났다. 크리스마스 잔치는 끝났다.

그리고 내 크리스마스에는 기적도 행운도 잔치도 없었다.

하지만 신은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며 웃어주는 아내를 남겨두셨다.


아내 - 어쩌면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르는 ‘동반자’의 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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