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숨! 크게 들이 쉬고 내쉬고,’
이렇게 쉽고 힘들지도 않고 돈도 안 들어가는 일이 있을까?
그래서... 아무도 횡재했다고 감사하지 않는 일이다.
숨 쉬는 일.
아내는 한동안 호흡기를 쓰고 중환자실을 들락거렸다.
한 달에 80만원하는 숨 쉬는 기계를 빌리기도 했었다.
난치병이 4번째인가 재발하면서 폐가 한쪽이 멈추고 말았다.
사람이 숨을 못 쉬면? 우리는 그가 세상을 떠났다고 슬퍼한다.
생사가 달린 숨쉬기가 멀쩡할 때는 그 큰 복을 우리는 잊고 산다.
사실 더 이상 큰 무엇을 달라거나, 또는 많이 달라고 하늘에 떼쓰지 말아야 한다.
아내의 첫 번째 소원은 자기 손으로 밥 떠먹고, 걸어서 무사히 화장실 가는 것.
그 소원 앞에 나는 미안해서 할 말이 없어진다.
나는 때론 밥 먹는게 귀찮아서 안먹기도하고 화장실 가는 거도 귀찮아 한다.
누구는 소원으로 빌고 빌면서 안된다고 가슴 아파하는 것들인데
나그네는 잠잘 때 잠옷으로 갈아입지 않는다.
나그네는 일어날 때 이미 외출복을 입고 있다.
변신 아닌 변칙으로 사는 일상이 나그네다.
나는 오늘 아침도 병실에서 아침을 맞이한다.
어제 입은 외출복이 그대로 잠옷이 되고,
눈 뜨면 자동으로 그 옷이 외출복이 되는 변신...아닌 변칙.
벌써 10년째 나는 나그네가 되어서 살고 있다.
때론 나도 편한 옷에 너른 방을 구르며 자고 싶다.
나그네가 아닌 척...
이 불평을 씻어주는 것은 곁에서 잠든 아내.
나보다 더 불행한 나그네인데 나보다 더 웃는 시간이 많은 사람.
어떤 투덜거림도 들어주며 나를 봄 봄 봄 봄. 속에 살게 한다.
(안보면 슬퍼하거나 죽어간다. 그러니 봄, 봄, 계속 볼 수밖에)
나에게 과분한 계절의 여왕이다.
봄 – 겨울의 흔적을 온 몸 여기저기 담은 채 미소 짓는 생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