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아내의 병실에 치매가 걸리신 할머니가 한 분 계신다.
고개만 돌아가면 바로 전 이야기도 사람도 다 모른다.
돌봐주는 간병아주머니와 아주 몇 사람 외에는 전혀 기억 못한다.
심지어 문병 온 막내딸도 몰라보고 남들에게 손녀딸이라고 말한다.
"사는 게 고생이야"
"할머니, 병원에서 밥 주고 잠 재워주는데 뭐가 고생이세요?"
"자식들이 나 때문에 고생이니 내 고생이지!"
놀랍게도 그랬다.
몸도 정신도 다 망가져도 자식에 대한 사랑은 안 망가지나보다
자식들이 병원비며 시간 내고 오가는 게 마음에 걸리나보다
자식들의 고생을 내 가슴의 가시처럼 안타까워하신다.
자기를 돌봐주는 간병인을 '엄마'라고 부르는 치매 걸린 할머니가...
그저 정신 나간 불쌍한 늙은이로 보는 사람들의 경솔한 시선을 무색하게 했다.
세상에는 멀쩡한 몸과 정신을 가지고도 부모에게 대못박는 사람들도 있다.
걸핏하면 말에 숨겨진 가시로 찌르고 상처를 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세상에서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본질을 보았다.
많이 배운 사람, 많이 가진 사람에게서도 못 보고, 못 듣던 말을.
가끔씩 긴가 민가 아리송하는 것
하나님도 땅을 내려다보며 가끔씩 하실 것 같은 말.
"니 고생이 내 고생이야“
착각 – 아무래도 내가 하나님을 모시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이 평생을 나를 돌보시는 것 같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