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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Jun 04. 2020

5미터를 떨어져야 살 수 있다고요?



주위에 참 깔끔한 사람이 있습니다.
흐트러지지 않고 쉴새없이 정리하고 치우고,
바닥에 떨어지는 머리카락도 수시로 집어 휴지통에 넣습니다.
틈틈히 성경책을 펴놓고 읽고 찬양을 틀어놓고,
신세를 지거나 먹을거라도 받으면
꼭 무엇이든 답례로 갚아주며 그저 넘어가는 법 없습니다.
때로 생각없이 행동했던 분들이 된통 지적당하고
혼나는 것을 가끔씩 무안하게 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가까이 지내면 늘 긴장을 해야하는게 힘들어
고심하다가 조금만 멀리서 지내는게 더 편한걸 알았습니다.
5미터! 딱 5미터 정도의 거리면 마음도 편하고 친분도 유지 됩니다.
말은 주고 받을수 있지만 머리카락이 떨어지는걸 걱정 안해도 되고
무심코 한 말이나 행동으로 야단맞는 경우도 많이 줄어듭니다.
잘보면 우리 주변엔 그런 경우가 꽤 많습니다.
하도 옳은 말 잘하고 경우가 바르다고 칭찬은 듣지만
사람들이 가까이 하지 않고 히히덕거려주지 않는
한편 쓸쓸한 사람들 말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오랫동안 그런 지적도 받았습니다.
아직도 모두 변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보아야 아름다운건 꽃만이 아닙니다.
너무 자세히 보면 온갖 꿈틀거리는 벌레와 진딧물 때문에
아름다움보다 거부감이 더 먼저 오기도합니다.
예수를 잘믿는다고, 훌륭하다고 칭송받으면서도
사람들이 눈물 콧물로 다가오지는 못하게 하는 분들 있습니다.
약한 모습 흐트러진 모습은 추호도 용서 못하는 분도 보았습니다.
그래서 사람사이도 그렇게 5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적당한 존경과 예의를 갖추어야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고
부부사이조차 무례해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런 논리로 떨어진 5미터가
자신과 남의 두터운 벽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자신도 가지 않고 남도 오지 못하게 하는 콘크리트 벽은 되지 않도록.

대전 어느 목사님이 제 책을 받고 감사로 보내주신
그 분의 책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유명한 타이타닉호 침몰시 어느 선교사님이 하셨다는 말,
모자라는 구명정을 양보하며 이렇게 말했답니다.
"오늘 저와 함께 천국에 갈 수 있는 구원의 확신이 있는
분들은 구명정에서 같이 내립시다!" 라고,
그 분이 그 순간만 그렇게 행동하진 않았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평상시에도 쌓이고 쌓인 천국의 확신과,
다른 사람을 향한 양보, 자비를 수련하며 사셨을거라 믿습니다.
오랜 행함의 생활에서 연장된 행동이었으리라,
그 분은 5미터를 굳이 밀어내지 않고도 사람을 사랑했으리라
그렇게 따뜻하게 그립게 다가왔습니다.
5미터의 간격도 없으면 나도 무너지고 남도 무너지게 만드는,
많이 미숙한 저에게는 그 간격이 꼭 있어야겠지만,
우리 하늘아버지나 예수님은 그보다 가까워지라 하십니다.
꼬옥 안아주기를 바라고 서로 경계심도 풀어놓으라 하십니다.
우리는 그 나라로 걸어가고 있는 이 세상의 동반 나그네입니다.

[따뜻한 말은 생명의 나무가 되고,
가시 돋친 말은 마음을 상하게 한다.
 - 공동번역 잠언 15장 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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