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부활절 3
세상의 것은 세상에,
하늘의 것은 하늘에!
그렇게 하라고 하셨는데
그렇게만 하였더라면 참 좋았을 걸,
몸은 죽음과 함께 땅에 두고
그리움은 부활과 함께 하늘로 가야 했는데
이곳에서 몽땅 마냥 누리고 싶었지요
이 땅에서 재물도 건강도 명예도 지적욕망도 누리고
살아서 천국보좌도 황금길도 영원한 생명도...
그러니 인색하게 조금씩 떼어서 하늘에 주는 흉내로
조금씩만 참으며 살려니 힘들 수밖에 없네요.
아예 작정하고 다른 길로 들어가야 하는 걸 몰랐지요
가이사와 하늘의 창고는 문도 공간도 다른데...
요단강을 건널 때 어떻게 요령을 부려 잘 싣고만 가면
귀중품 몇 개는 갖고 갈 것도 같아 끌어모으고
에로스 미련이 남은 이성을 천국에서도 만날지도 몰라
일곱 부인 일곱 남편으로 줄세우고 순서정하는 건
순전히 죽음도 부활도 100프로 못 이해한다는 말...
그렇게 하늘 것이든 땅의 것이든 구별 없이
내 맘이 내키는 대로, 감정이 시키는 대로
마냥 그렇게 살다보니 자꾸만 꼬이네요.
썩을 것들과 썩지 않을 것이 무더기로 섞여
모두 쓰레기로 변해가는 성전이 되고 말았네요.
그렇게 살면 기어이 돌 위에 돌 하나도 남기지 않겠다
그러단 망한다 그러단 깔려 숨도 못 쉰다는 당신의 경고를
흘려듣고 외면하다가 결국은 무너졌네요
부스러기처럼 폐허가 된 모양은 돌 성전과 내 몸 성전이 같네요.
이러다 팍팍한 생명이 마른 먼지처럼 사라지면 어쩌지요?
네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정성과 생명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사랑하면 다시 성전이 복구된다는데
무너진 돌들을 쌓으러 오시는 이여
마른 가슴을 눈물로 적시러 오시는 주여...
#무너진_성전_돌_쌓으러_오시는_주님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