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그날은 종일 비가 내렸었다.
태풍이 싣고 와서 쏟아놓고 갔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는데 햇님은 깨어날 줄 모르고 잠을 잔다.
폭신한 솜이불을 잔뜩 펼쳐놓은 채로
하늘은 어느 날은 뛰어들고 싶은 파란 바다가 되고
어느 날은 뒹굴고 싶은 이불을 펼쳐놓는다.
안 그래도 땅에서 사는 게 가끔은 힘들고
버려진 고아처럼 쓸쓸하기도 할 때는
저 하늘로 이사 가고 싶어진다.
하늘 솜 이불에 푹 쓰러져서 죽은 듯 잠이 들고 싶다.
종종 내 삶에 퍼붓는 비는 태풍보다 야속하다..
어느 때는 태풍보다 세게, 때론 장마보다 길게 온다.
평생 지치지도 않고 내 인생에 뿌려대느라 지겹지도 않을까?
내게도 비 그치면 나의 오늘에 하늘이 펼쳐질까?
파란 바다도 있고 누워 뒹굴고 싶은 이불도 그런 날로.
하늘로 이사 안가도 되는 그런 날이 계속되면 얼마나 좋을까.
구름 걷히고 맑은 햇살 아래 살랑거리는 꽃처럼
그렇게 콧노래도 부르고 연인과 산책도 하면서 사는 날!
문득 한 불길한 생각이 스친다.
혹시, 그러다 다시 센 바람 불어오면 어쩌지?
‘별 수 없지, 총총 걸음으로 비를 피할 곳으로 가야지
찬바람에 등짝 돌리고 고개 숙이는 꽃처럼 피하다가
피할수도 없도록 사방에서 비 뿌리면 그냥 맞을 수밖에.
그래도 우리는 꽃처럼 살아야지? 향기롭고 아름답게!’
꽃들의 의지 – 비도 맞고 바람도 견디며 햇살을 즐기는 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