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10월 31일이 되면 이 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때는 참 무식하고 용감했다.
해마다 10월은 오고 당연히 그렇게 10년도 30년도 더 그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내가 갑자기 아픈 후론 내 목숨이 내 것이 아니란 걸 알았다.
그 당연하던 ‘시월의 마지막 밤’을 내년에 또 같이 부를 수 있을까?
모른다. 의사도 아픈 아내도 돌보는 나도 장담을 못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좋아한다.
당연히 내년 이 날에 살아 있다면 또 이 노래를 부를 거다.
사람이 그런 거고 산다는 게 그런 거다.
앞으로 무엇이 닥치든 그 흉악함보다 오늘의 꿈은 몇 배는 아름답고 멋있어야지!
그럼!
사람들은 이상하다.
종종 뉴스를 보면 아플 때보다 위험한 것은 건강할 때더라.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고 지나치다가 과로사를 하는 경우가 그렇다.
또 자기가 외로울 때보다는, 자기가 잘난 줄 알고 목에 힘줄 때 주로 남에게 상처를 준다.
그래서 밥 굶을 때는 같이 견디다가도 형편 좋아지면 싸우고 갈라서는 부부가 많다.
힘들 때는 오히려 희망을 기다리며 서로 위로하며 잘 살았는데
잘 살게 되면서 서로 지겨워하고 단점을 보면서 미워하고 화를 낸다.
죄는 이럴 때 짓는다. 사람에게든지 하늘에게든지.
산을 오르는 이들이 종종 겪는 사고가 있다.
의외로 큰 산은 이 악물고 넘고 작은 언덕에 다치고 주저앉기도 한다.
그래서 유혹이 협박보다 위험한가보다. 장거리 여행에 지친 마지막 하루처럼.
겨울준비 – 겨울이 매서울수록 뿌리를 더 내리고, 힘들수록 꿈을 꾸어야 한다. 겨울같은 삶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