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봄.
4월, 꽃들이 눈이 되어 바람타고 날리던 그해 봄날.
아내는 좁은 병실 하얀 침대에 누운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아내를 바라보는 나는 나즈막히 중얼거렸다.
“살고 싶어, 사랑하고 싶어... “
길로 나와 가로수 나무 아래로 자박자박 길을 걸었던가?
눈을 찌르는 햇살파편도 마다하지 않고, 소원을 빌면서...
낮.
하얀 꽃이 우수수 비처럼 내리는 길,
4월의 햇살이 그 꽃잎의 틈으로 쏟아지고
낙화유수! 그 아래 사람 하나가 몽유병환자처럼 걸어가고 있었다.
등짝에 진 짐도 내려놓고, 깊이 찔린 상처들에도 새 살 돋는 봄.
마음은 이미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
오래 된 서러움일수록 무거워 지는 입,
많았던 이별일수록 닫혔던 마음
곁 사람 몰래 미어지게 우는데도 희한하게 한편 따뜻해진다.
밤.
기어코 내리는 봄비를 타고 새벽 한시에 벚꽃이 빠르게 날고 있다.
여인네 옷 내리 듯 바닥으로 한들거리며 나무를 떠난다.
추락인가? 투신일까?
차도 줄어들고 사람도 자러가고 아무도 보지 않는데 왜 슬퍼하는 걸까?
몸을 날리며 이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 외로운 봄날의 밤이여,
비조차 달콤한데 다정히 말 걸어주는 이가 없으니,
저 떨어지는 벚꽃을 말리지 못하고 그저 같이 우는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아무도 보지 않는 새벽 한시,
기어이 다시 도시의 아스팔트로 나와서 서성인다.
손전화로 진동이 온다. 필시 병원 호출 문자일 게다.
‘누구 보호자님!’ 하는 상냥을 가장한 또 다른 무관심한 사람들...
나의 벚꽃 - 서서히 전멸하고 봄은 멀어지고 있다.
아픈 추억처럼 추운 비만 남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