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우리 이제 갈 수 있는 거 맞지?"
"그럼!"
일본에 사는 아내의 친구가 와서 좀 쉬었다가 가라고 말했을 때, 터무니없는 꿈이라고 아내는 기운 빠져 시무룩했고, 나는 '가면 돼지 뭘!'이라고 호기롭게 위로를 했다. 그리곤 아내는 생전 처음 여권을 만들었고 비행기편을 예약했고, 바람 따뜻한 어느 날 진짜 일본에 도착했다.
치바현에서 하룻밤 초대해준 일본친구 부부의 침실을 양보(?)받아서 잘 자고난 아내. 가져간 병원 환자복을 입은 채 소변주머니를 침대 한쪽에 늘어뜨리고도 좋아했다. 2박 3일 동안 아내는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아내의 친구는 일본의 3대 온천이라는 쿠사츠 온천을 예약하고 우리를 데려갔다. 이불을 깔고 의자를 눕혀 침대로 만든 7인승 차에 아내를 태우고 무려 5시간이나 직접 운전을 해가면서.
"나 많이 어지럽고 힘들어."
"잠시만 참아, 좀 누울 곳을 찾아볼게!"
아내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귀국길 하네다 공항에서 잠시 까무러쳤다. 긴 대기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했다. 급히 장애인화장실을 찾아 들어가니 작은 침상이 있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아내를 그곳에 20분이 넘도록 누이고 다리를 높이 올리고 마사지를 했다.
"다시는 어디를 가나봐라"
"좀 지나면 또 잊어먹고 '가자!' 그러겠지 뭐~."
간신히 죽기살기로 버티며 무사히 돌아와서 다시 병원에 입원한 후 쉬면서 무심코 말이 새나왔다.
너무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는데 들렸는지 아내가 대답했다.
그래도 별도 달도 따주겠다던 연애시절 약속을 하나는 지켰다.
아파도 도망가지 않고 바다건너 여행 꼭데리고 가주겠다던 약속.
별 따는 날 - ‘신이여! 제게 더 이상의 복은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