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남 앞에 서면 웃는 것도 긴장하는 아내가
아이 하나 걸리고 남산만한 배로 퇴근 시간에 맞춰
경기도 안양에서 서울 강남역 먼 회사 앞까지 오곤 했다.
때론 두 시간도 걸리고 힘든 멀미에도 피곤한 기색 없이 달려온
아내는 내게 국수 사 달라 졸랐다.
무심한 남정네인 나는 그때 왜 그렇게 모질었을까?
아내의 뒤에 산더미처럼 달고 온 나를 보고싶어한 그리움은 모른 채
진짜 말대로 달랑 국수 한 그릇 사주며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 무정했던 내가 아내에게 이 말은 또 몇 번이나 했던가?
때론 웃으며, 때론 심각하게, 때론 슬픔에 잠겼을 때도.
“내가 당신보다 나중에 죽기 싫어”
“당신없이 혼자 남는 것 생각만 해도 끔찍해”
“우리 갈 땐 같이 갔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빌었다. 혹시 우리가 동시에 천국엘 못 간다면
더욱이나 우리가 서로 같이 있게 되기를 빌었다.
그곳이 천국이 되었든 지옥이 되었든...
그러나 정말 바라는 첫 번째 소원은 그게 아니었다,
그저 살아 있는 동안에 아내와 함께 서로 사랑하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할 일을 다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
강산이 변한다는 십년이 두 번씩이나 지나고
이제 아내는 나와 떨어져서 살기 싫다고 무리한 길을 택했다.
중증 난치병 환자가 되어 24시간 나를 붙들고 살게 되었다.
10년이 넘어가도록...
사랑 노래 – 건강할 때는 한 번으로도 되었지만,
아프면서는 열 번도 모자라서 늘어나게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