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52 - '부모'

아픈 가족과 살면서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by 희망으로 김재식

'니들은 모른다' 그런 심정으로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잔인할만큼 말하고 또 말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다짐받고 또 받은 거 있다.


"니들 20살 되면 그날로 우리 각자 독립이다!

니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절대 안하고, 오라 가라도 안한다!"


심지어 명절에도 오지 말라고 못박았다.

대신 우리가 보고 싶으면 간다고 했다.

자녀가 마땅히 가질 큰 권리와 의무를 포함해서,

자질한 일상만이 아니라 재정적 부분까지도 서로 독립하자고 했다.


그래서 대학은 정 공부하고 싶으면 돈 벌면서 하던지,

아님 학자금대출 받고 졸업후 갚든지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렇게까지 공부하고 싶지 않음 직장구해서 돈 벌든지!


그런데... 세상에, 말이 씨가 되었고 형편도 그렇게 되었다.

아내는 아파도 심하게 아픈 바람에 예정보다 빨리 자녀들과 이별을 했다.

가장인 나도 집이고 저축이고 심지어 직장까지 다 날아가 버렸다.


"안 잊어먹었지? 스무살부터는 독립해서 사는 거?..."


발단은 달랐지만 결과가 그렇게되었고 난 여전히 그 말을 했다.

우리가 재산이라도 좀 있었다면 아이들에게 무지 미움 받았을 거다.

그런데 빈손이다. 정말 거지와 종이 한 장차이로 다름없이 재정이 파탄이 났다.

그래서 오히려 떳떳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모르는 거 하나 있다.

사실은 환자인 아내와 간병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의 나.

그런 우리가 늙어서 아이들에게 기댈까봐 서둘러 그 말을 다시 한다는 걸.

아이들에게 짐 되지 말자,

내가 나에게 입술 깨물며 다짐하는 각오라는 걸...


부모 – 변함없이 잔소리한다고 불평 들으면서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사랑,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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