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53 - '사랑의 저울'

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찍이는 파편들

by 희망으로 김재식

아내가 희귀난치병으로 주저 앉기전

새벽마다 혼자 조용히 일어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노트에 쓴 아내의 바램들을

집 팔고 살림을 모두 정리하면서 우연히 보았다.


어떻게 이 사람 저 사람 그리 많은 사람들의 평안을 기원하는지,

무슨 자격으로 조목조목 그리 큰 세상의 평화를 신에게 달라고 하는지

그저 되는 일 안 되는 일 모두 하늘의 뜻에 맡기는 아내의 기도문을 보며

이십 년이 가까운 나의 신앙은 자꾸만 작아졌다.


외로움에 몸을 웅크리면서 하늘 한 번 보고,

배고픔에 쓰라린 배를 움켜쥐고 땅 한 번 보는 이들,

그들이 여기저기 자리잡고 사는 세상을 지나가며 우린 종종 잊었다.


사실 그러면 안되는 거였다.

우리만 행복하다 얼굴가득 미소를 지으며 깔깔 웃으면 안되는 거였다.

우리를 맺어주신 분이 그들 속에 누워 계시고,

혹 내일이나 훗날 우리가 그 속에 있을지도 모르는 공평한 인생이니까.


기도문을 읽으면서 맘속으로 나의 기도를 덧붙였다.

앞으로도 행여 사랑 때문에라도 우리가 싸움을 하지 않고 살기를 빌었다.

어제까지는 나와 아내가 자격에 비해 분에 넘치게 행복 속에 살았듯

내일은 힘들었던 그들이 어디선가 사랑 속에 행복하기를 또 빌었다.

덤으로, 남은 인생도 당신과 나의 하루가 같이 기도하며 보내기를 빌었다.


사랑의 저울 – 우리의 행복과 남들의 행복이 다 귀중하다는 하늘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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