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55 - '성도'

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by 희망으로 김재식

늦은 밤 시간 출출한 허기를 못견뎌 환자와 간병인들이 결국 돈을 걷었다.

배달음식을 주문해서 병실에서 맛있는 거 먹고 있는 중...

갑자기 퍼져오는 냄새, 많이 거북한 똥 냄새가 진동을 했다.


“이거 뭔 냄새야?”

“...저기 끝자리 환자,”


크게 말하지 않고 수군거리듯 말하며 싸~ 하게 굳어지는 병실 사람들

누군지 빤히 아는 커튼 쳐진 구석의 한 침대 자리

다들 차마 더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무지 힘들어 하신다.

그 괴로움, 민망함. 서로 다 불편한 시간이었다.


몇 년 전 흘러간 기억하나가 새록 떠올랐다.

시간은 흘러가도 그 자리에 상처처럼 바위처럼 버티고 남아버린 그 기억.

우리가 예전 있던 병원에서 거침없이 용감했던 그 아줌마.

그때 아내는 지금보다 심한 전신마비라 침대 커튼 치고 변을 보던 상황이었다.

그 순간 직접 내 귀에도 들리도록 투덜거린 크고 긴 창날같은 말.

'침대에서 대소변 보는 환자는 따로 한 방에 모아서 넣어야지, 이게 뭐야 제길...'


그 기억으로 인해 나는 비슷한 상황의 딴 사람에게 아무 말도, 싫은 표정도 못 짖는다.

우리도 그렇게 병실 침대에 누운 채로 해를 두어 번 넘기도록 지냈고,

주눅들고 똥냄새 진하게 풍기는 바람에 죄인처럼 지냈기 때문에...


어쩌라고? 누군들 그거 민망하고 힘들지 않아서 침대에서 하느냐고,

그렇게 법으로는 당당해도 감정은 죄인 아닌 죄인이 되었던 추억...


"하나님 감사합니다! 우리에게 그 힘들고 고역인 경험을 주셔서

같은 처지의 남을 안 미워하고 나도 참을 만 하게 하시니!"


- 근데 이것도 감사의 대상이 맞나? 참 나...


성도 – 신앙인의 성품은 말에서가 아니고 함께하는 고단한 삶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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