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56 - '커피향기'

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by 희망으로 김재식

'드르르륵! 드르르륵!'


갑자기 진동이 요란하다.

깜짝 놀라 일어나며 진원지가 어디인지 찾았다.

가슴 아래쪽이다.


"어? 전화기를 안고 잤나?"


더듬거리는데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다.

금방 주범을 알았다.

그건 전화기가 아니었고 뱃속에서 요란한 메시지가 오고 있었다.

간밤엔 늦게 잠들고, 새벽 5시에 또 깨었다 다시 자느라 잠이 모자랐다.

뱃속에서 난리가 나는데도 못 일어나고 다시 퍼졌다.


"밥 좀 줘..."


아내의 기운없는 소리에 더 버티지 못하고 일어나 앉았다.

시계를 보니 아침 9시가 이미 넘었다.

신기한 것은 그 몽롱한 상태에서도 7시 좀 넘어 나온

병원 아침밥을 받아서 휠체어에 올려놓고 또 잠들었다는...


'근데 머리가 아프다 지끈 지끈,

목은 말라붙어 침이 안 넘어가고, 몸이 으실으실...'


환자인 아내는 보호자인 내가 잠 깨기만 기다리며 굶고 있었던 것이다.


'아... 귀찮다 ㅠ.ㅠ'

“커피부터 한 잔 마시고 정신 차리고 밥 줄게.”


정말 내가 기 펴고 큰소리 칠 곳은 아내 뿐인가 보다, 못나게도.

하루에 다섯 번 넘게 원두커피 마시면서도 배고픈 아내를 기다리게 하다니...


그래도 다행하게 속도 없이 나를 반기는 고마운 놈이 눈앞에 있었다.

어제 문병 온 이가 주고 간 노란향기 프리지아가 꽃병에서 밤새 잘 자고

우리 둘에게 자태를 보인다. 손 뻗치면 닿을 가까운 곳에서!


'히히! 니가 참 괜찮은 놈이구나! 불량남편인 나보다 낫다!“


커피향기 – 고단했던 삶을 차곡 담은 두 사람의 기억창고를 여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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