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도 59 - '순종의 기도'

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by 희망으로 김재식

1년 365일, 하루에 4번에서 5번씩 재활치료를 받으며 보냈다. 그렇게 10년이 넘도록 입원중인 작은 병원에서 두 달에 한번씩 큰 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가고 돌아오곤 했다. 어떤 때는 좋아진다고 기뻐서 웃고, 어떤 때는 나빠져서 우울하곤 했다. 그 모두를 담고 살아가는 건 생명에 대한 순종이었을까?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고 웃다보니 행복해진다!' 라고. 아내는 딱 그 말에 어울리는 사람이다. 온통 폭격맞은 듯 신경마비로 고장나버린 여기저기 장애 지천인 난치병 투병의 길을 가면서도 그 길의 구석 어딘가 들꽃 하나만 눈에 띄어도 반가워 팔짝뛰면서 행복해 하는 심성을 가졌다.


그래서 참 자주 웃는다. 아프기 전에도 자신에 대한 큰 욕심이 없던 사람이 사경을 몇 번이나 넘나들고 나서는 더 없어져버렸다. 그래서 더 잘 웃는다. 토크쇼를 보다가도 옆 침대의 환자들이 깜짝 놀라도록 파안대소를 하기도 한다. 아마 몸이 놀라울 만큼 회복되는 기적에는 그 이유가 분명 클 것이다. 내게는 거의 없는 정말 부러운 하나님이 주신 선물 – 순종의 성품!


사람의 생은 누구나 비슷하다. 기쁜 중에도 근심이 생기고, 아픈 중에도 웃을 순간은 온다. 괴롭다고 24시간 내내 일초도 쉬지 않는 고통은 없다. 아무리 좋은 일도 24시간 내내 기쁘다고 웃고 지내기도 힘들듯. 그럼에도 병원생활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작은 통증에도 성질을 있는대로 가족과 주변에 터뜨리는 사람도 있고, 더 심한 상태의 중증질병으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데도 웃는 사람이 있다. 참 신기하게도 그렇게 웃는 사람은 어떤 진통제나 우울증약도 완화시킬 수 없어보이는 통증들도 참아낸다. 몸에서 신비한 무슨 힘이 나와서 돕나보다. 비관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나오지 않는 효과가 좋은 어떤 힘이.

아내가 잠이 들어 혼자 조용히 시간이 나면 나는 혼자 끄적거리며 일기나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러기도 싫은 날은 그저 마음속으로 묻고 빌고 그런다. 내게도 지독한 불행으로 따라오는 질긴 통증, 우울함을 이길 긍정적 미소를 좀 달라고.


순종의 기도 -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하나요? 나도 나를 못 믿겠는데 아내와 아이들은 나를 가장이라고 믿고 있으니 어쩐대요? 그러니 부디 하늘에도 순종하고, 내 운명에도 순종하고 가족들의 믿음에도 순종하게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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