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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Jun 18. 2022

혼자가 아님을 늘 잊지않게

그저 기도 9 - 혼자




아내가 날마다 연달아 우황청심환을 먹고 있습니다

한번 터진 울음은 통곡처럼 높아지다가 과호흡이 되어

비닐봉지를 입에 대고 숨을 쉬어야했습니다

간신히 달래고 약을 먹고 진정했다 싶었는데…

하루 지나 다음 날은 티비를 보다가 어떤 연예인이 동료에게

성폭행을 당한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상담프로그램을 보다가

또 울음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어린 시절 스무살이나 차이가 나는 큰오빠에게 얻어 맞은 기억이

아직도 가슴속에 멍으로 남아 비슷한 사연을 보면 폭발합니다

다행히 그 큰오빠는 삶을 돌이켜 신학을 배우고 개척교회를 했습니다

그러다 목사 안수식 전날 뒤에서 과속으로온 차에 치어

교통사고로 돌아갔습니다

문제는 또 다른 괴로움을 만들었습니다.

겉으론 반기고 축하해준 큰오빠를 대하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늘 가슴속 어딘가 어두운 그늘과 공포의 느낌으로 남아 있었나봅니다

그 비극의 한쪽 감정에 뭔가 이제는 안봐도 되는구나 안도하는

자신의 기분을 어느날 확인하고는 몸서리가 쳐진답니다.

사람이 할 태도가 아니고 더구나 가족으로 가지면 안되는 감정이라고

그렇게 폭행의 트라우마는 사람을 오래 괴롭힙니다 여러 모습으로…

수년간 우황청심환을 안 먹고 잘 넘기던 아내가 연달아 먹는 날을 보내며

나는 좌절감을 느낍니다.

조금 나아지는 증상이나 기운을 차리면 하늘을 날 것 같이 기뻐하며

그 변화가 마치 내가 간병을 잘해서 생긴 것인양 으쓱해졌습니다

자신감도 생기고 어깨에 힘도 들어가고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우울증과 폭풍오열의 비참한 순간에 빠지면

난 또 다른 자괴감에 빠집니다. 난 아무 능력도 도움도 안되는

쓸모없는 가족이 되어버린 것 같은 슬픈 기분에…

“와! 달팽이다! 잘한다~”

자는 사이 아침에 미끄러져 10센티 정도 내려 온 자세를 올리느라

침대에서 온몸을 뒤틀며 듣지 않는 다리에 힘을 주는 아내를 보았습니다

보통은 내가 끌어 올려주는데 오늘은 아내 혼자 등을 씰룩이며

안간 힘으로 몸을 위로 밀어올렸습니다. 자그만치 10센티 넘게!

보통사람은 웃어버릴 그 거리는 아내에게는 거의 중노동과 같습니다

밥을 먹기 위해 제 위치에 가야 등을 세울 때 아프지 않습니다

“와! 재 무지 빠르다~ 어쩌면 쌩쌩 가냐!

달팽이가 곁을 지나가는 거북이를 보고 말했데! ㅋㅋㅋ

당신이 달팽이 같애!”

아침에 아내에게 칭찬같은 칭찬아닌 웃음섞인 별명을 지어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일상이 잘풀릴때도, 잘 안풀릴 때도 사실 내 탓도 내 덕분도 아님을

자주 잊어먹고 과하게 착각하거나 기운이 빠집니다.

모두 하나님 당신이 함께 하셔서 하루가 간다는 걸 다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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