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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Jun 19. 2022

넘길 짐과 지고 갈 짐

그저 기도 10 - 짐


왜 지독히 오랜 세월을 늘 가난의 근심과 실패의 불안, 이별의 슬픔, 죽음의 두려움등을 떨치지 못하고 힘겹게 살았을까 자주 궁금했습니다. 실재로 돌아보면 그 막연한 대상들이 닥친 경우보다 열배 백배는 많은 과장된 횟수를 쓸데없이 안고 살았습니다. 마치 엄마를 그리워하는 헝가리 슬픈 아이의 심정을 표현한 그림같이…


엄마의 사랑을 받은 기억이 없는 아이는 늘 외롭고 두렵고 춥습니다. 힘든 임신기간과 출산의 고통을 견디고 낳은 아이에게 엄마는 아무 보상도 바라지 않고 모든 힘들었던 기억들도 잊고 단지 아이가 행복하기만 바랍니다.


혹시 닥칠 곤경에 대해서는 아무 염려말라고 계속 말하는 아버지를 믿지 못하여 근심과 불안으로 살아가는 내 모습은 마치 나를 낳아준 엄마의 사랑을 기억 못하는 아이와 같습니다. 그런 엄마가 없었던 같은 기억의 부재 속에 늘 버려진 고아와 같은 슬픈 삶을 삽니다.


한편으로 정말 부모가 바라는 참 사랑은 자녀가 씩씩하게 현실의 온갖 풍파와 시련, 벽들을 감당하고 의젓하게 이겨내기를 바랍니다. 성숙하고 아름답게 어른으로 독립하고 마침내 혼자 두고 세상을 먼저 떠나도 마음이 놓이기를 바랍니다. 진정한 의미의 사랑은 그렇게 자기 짐을 지고 잘 감당하기를 바라서 맹목적인 과보호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나 철들지 못하는 자식처럼 계속 고난과 홀로서는 훈련은 피하려고만 했습니다. 손 내밀고 도망가고 책임지지 않고 누군가를 돕지도 않으려는 미성숙한 아이로 살려고 했습니다. 부모가 안심해도 될 잘 자란 자녀가 되지 못했고 지고 가야할 자기 짐을 외면했습니다. 여전히 부모의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하지 않아도 되는 불안 근심은 놓지 못하고 늘 끌어 안고 살아 가고 조금씩 스스로 감당하고 잘 훈련하여 듬직하게 살라는 짐은 계속 외면하는 삶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대가가 지금도 치러지는 불안이고 고통입니다. 비록 원치 않는데 닥친 심한 아내의 희귀난치병 발병을 감안해도 이제 분별할 때 되었는데도 그렇습니다.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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