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62 - '하늘'

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by 희망으로 김재식

변덕 – 아침과 저녁이 다르거나,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내 감정.


밥만으로는 못살겠다. 하늘, 구름, 바람, 꽃도 있어야 살겠다.

아주 멋드러진 사람처럼 종종 그렇게 말해놓고 금새 바꾼다.

하늘 구름 바람 꽃 만으로는 못 살겠다. 밥도 있어야겠다고.

그래서 품위나 아름다운 향기는 좀 미뤄놓고 배부터 채우자고 덤벼든다.


사람들은 평상시에는 많이들 꿈꾼다. 남에게 내세우기도 하고.

고귀한 삶을 비싼 자동차에 비교하며 우아하고 고급지게 살고싶어한다.

그러나 아는가? 고급차도 기름 떨어지면 못 가듯 삶도 그렇더라는.


나도 안다. 변덕은 배신이고 불안이다. 믿을 수 없는 대상이라는 걸.

나를 바라보는 사랑하는 이들을 힘들게 하는 나쁜 씨앗이다.

그것도 습관처럼 오래 계속되면 나쁜 열매를 맺고야마는 살아있는 씨앗이다.


하늘 – 떠나온 곳 돌아갈 곳, 늘 바라보는 곳이면서도 무시하는 미안한 품


나 어릴 때는 아버지가 하늘이었다. 그리고 내 생명을 이어가는 밥이었다.

이제 세월이 흘러 내가 내 아이들에게 하늘이 되고 밥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하늘로 보이는 내 속에는 분열, 모순, 위장, 변덕이 있었다.

어릴 때는 아버지에게 있으리라고는 까맣게 몰랐던 사실이다.

내 어릴 때 아버지도 그러셨을까? 나는 전혀 눈치를 못챘는데...


아침에는 하늘이 흐렸다. 오후는 다시 맑아졌다.

지금은 맑은 하늘이 다시 흐려지고 있다. 변덕이다.

자연으로 대하는 하늘도 종종 아버지처럼 무쌍하게 변덕을 부린다.


그러나 결단코 구름 위의 나라, 영원한 하늘의 아버지는 변덕이 없다.

나도 이제쯤 저 하늘위의 하늘 아버지를 닮고 싶다.

이제는 분열도 멈추고, 모순의 창질도 하지 말고,

위장하는 삶에서 벗어나 변덕 없이 살고 싶다.

그래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편한 믿음을 좀 주고싶고 내 자신에게도 주고 싶다.


좋은 씨앗이나 나쁜 씨앗이나 똑같이 해와 비를 주시는 하늘이

오늘도 저기 위에서 종일 내려다보고 있다.


하늘 - 벌을 주려는 게 아니고 뭐가 더 필요할까? 살피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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