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68 - '하나'

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by 희망으로 김재식

“또 싸워요?”

“아냐! 애들아, 이건 의견 차이를 조정하는 중이야! 그럼,”

“에이... 믿기 어려운데,”


아내와 좀 열정적으로 심하게 의견조정을 할 때면 아이들이 불편한지 항의를 한다.

그럼 우리는 안 싸우는 거라고 딱 잡아떼고.


솔직히 말하면 사실은 싸운다. 하지만 죽자고 싸우는 거 아니고 죽지말자고 싸운다.

어떤 연인이나 부부인들 서로 한 번도 화낸 적 없고, 조금도 서운한 적 없을까?


그런 똑같은 사람, 나와 아내 두 명이 만났다.

연인이라는 사이를 지나, 마침내 부부라는 이름의 자리로.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티걱태걱 여전히 맸다가 풀었다 하며 산다.

시간 따라 변신하는 괴물도 아니고, 미혼이나 기혼이라는 입장 따라 갑자기 성자가 될 리도 없다.


그렇다고 살다가 만나는 안좋은 일에 감정 생기는 대로 다 내뱉으면 상대방이 죽는다.

그렇다고 반대로 한 번도 내색 않고 괜히 대인배 폼잡고 속에 담고 살면 이번엔 내가 죽는다.

그래서 죽지 않기 위해 나는 싸운다. 상대가 죽지 않을 만큼 조절하며 내가 죽지 않을 만큼 내놓으며.

지혜롭게 투닥투닥, 분을 품고 잠에 들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키며 곡예사가 외줄타듯 싸운다.


그렇게 애쓴 덕분일까? 20년 넘도록 아내와 다투며 양쪽 다 죽지 않고 무사히 살았다.

수시로 아이들에게 핀잔을 당하지만 우리가 죽지 않고 오늘까지 사는 비결이다.

이 수고로운 보통사람의 일상은 어쩌면 천국 가는 날까지 계속될지도 모른다.

혹시 아내가 전직 천사일지라도, 내가 본래 악마일지라도, 그날까지 쭈욱!


하나 - 둘이 익숙해져보니 참 좋다. 다른 사람, 다른 모임을 만나면 안다. 싸우지도 않고, 멀리도 안하면서 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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