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결혼하기 전 아내가 될 여인에게 약속했다.
당신을 위해 내 사랑하는 마음을 100편의 시로 쓸거야! 푸하하~' 라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신나게 무슨 이벤트처럼!
그리고 쓰기 시작했고 잘 나가다가...
그 절반 쯤인 50여편을 지나다 멈추어 버렸다.
삶이 너무 힘들었고 나는 너무 여러가지 관심에 바빴고
결정적으로 아내는... 몸져 누워서 제동이 걸렸다.
그 못지킨 약속, 100편의 시 중 하나를 읽으면서 중얼거린다.
'내가 하는 게 늘 이 모양인가? 언제까지...'
그래도 위로는 된다. 몇 번째 결혼기념일 이었던가 기억나지 않지만
50편 가까운 시를 낭독해서 시디에 담아
아내에게 선물로 주었다.
평생 한 번 해본 중간 결산, 끝내 마무리를 하지 못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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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4.
당신이 하늘이라 부르는
나는 천둥과 폭염으로 변덕스런
어이없는 하늘입니다
당신이 산처럼 기대는
나는 어쩌면 풀 한포기 꽃 한 송이 없는
삭막한 돌무더기 입니다
당신은 그 하늘에 별무리 되고
나비 한 마리 맑은 옹달샘 되어
나를 부끄럽지 않게 합니다.
언제쯤 나도
슬픔을 위로하고
나그네를 품어 안는
하늘로 산으로 변할까요?
나로 인하여
당신으로 인하여
세상의 모든 이들이
행복해지기를 빕니다.
먼지 쌓여 탁해지는 날
봄비 되어 내려와 씻어 주고
먼 길에 지쳐 쓰러질 때면
너른 이부자리처럼 포근히 맞아주는
당신은 나의 반을 넘는 반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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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그대 – 나이가 들어도 뺨이 붉고 맑은 사람, 당신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