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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Apr 04. 2023

눈 어두운 복

그저 기도 79 - 둔한 시력


너무 착해서 그런지

할말도 못하는 새가슴이라 그런지

종종 이해가 안되는 답답한 사람이 있습니다

자기 몫을 더 가져가겠다는 말을 해야할

그런 순간앞에서 걸핏 양보 아닌 양보로

뒤로 한걸음 물러나는 사람입니다

자기가 무슨 성경속 아브라함도 아닌데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좀 당당히 할말을 하고 내몫은 챙기고

그렇게 해보라고 권유해도 잘 안됩니다

아예 그런 밀고 당기는 자체를 포기합니다


그러고도 상대를 편들기조차 합니다

‘무슨 사정이 있겠지!’

‘아마 우리보다 더 많이 필요할거야!’

상대방까지 착한 사람을 만들고 맙니다

어떤 때는 그 위축된 심리가 지나쳐

동사무소나 경찰서는 문도 못열고 못들어갑니다

무슨 죄 지은 사람도 아닌데 그럽니다

처음에는 다투고 화내기 싫어 그랬나 싶던 태도가

나중에는 습관처럼 되어 소심증이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곁에서 살면서 본 결과

그녀의 주변에는 아주 몹쓸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이 웃지못할 난감한 성품이 혼자만이 아니라

유전이 되었는지 배웠는지 딸도 그럽니다

가끔은 전화로 음식주문도 못하겠다고 합니다

딸에게 물려준 그녀가 바로 아픈 나의 아내입니다

어쩌면 그런 내력이 결국 병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 점은 최근 알게 된 사실입니다

수십년 긴 세월을 통계를 내어보니

거의 대부분을 웃고 편히 산 사람은

똑똑하고 따지기 잘한다고 평가한 내가 아닙니다

나는 순간마다는 늘 이기고 지지 않은 것 같은데

뭔가 불안하고 성이 안차서 불만으로 살았습니다

순둥이에 남 칭찬만 하고 물러터졌던 아내는

대부분의 시간을 우스우면 웃고 슬프면 울고

다리 뻗고 잘자고 그렇게 만족하며 살았습니다

어떻게 결과가 이렇게 되는지…


계산이 잘못된 이유가 뭔지

예상이 빗나가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상대의 눈에서 티끌보다 대들보를 보는 사람이

더 불행해진다고 말한 성경의 진리가 이걸까요?


(2023.4.6 맑은 고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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