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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Apr 05. 2023

염치로 산다

그저 기도 80 - 염치


이강백 작품 중에 이런 연극이 있지요?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 같소?’


“벌써 보름째야!

우리 같이 하루 벌어 먹고사는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 굶어 죽으란 거야 뭐야?

아니 해도 너무하는 것 같지 않느냐 말입니다!

{번개가 친다}

에헤이!

당신이 이렇게 몰인정하게 나오니까

사람들 인심마저 사나워지지 않소!

내가 방금 야채 시장을 지나오는데

무, 배추, 감자 할 것 없이

몽땡 빗속에 잠겨 썩어가더라고.

비 좀 그치고 우리 스스로 일좀 하게 해서

뭐라도 좀 먹게 해달라고!

우리가 뭐 공짜로 먹게 해 달랬어?

비만 그치게 해주면

우리가 스스로 벌어먹겠다는 거 아니야!!”


며칠 째 비가 내려 땜질을 못 해

화가 난 땜장이가 하늘에 하는 독백입니다.


살다보면 비가 오는 날 눈이 오는 날도 있지요

그런 날 다 합쳐도 맑은 날이 더 많을 겁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장을 받는 날에

더 고통스럽고 민감해집니다

별로 다를 게 없는 나의 지난 모습도 그렇습니다


사실 신앙인이라고 따로 맑은 날만 계속 오지는 않고

좋은 일만 연속되지는 않습니다

그런 신이 우리가 믿는 신이라면…

좀 민망하기도 하고 난감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너무 3류소설이나 사이비교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신앙인은 다른 점이 있습니다

같은 날씨 같은 어려움을 지나면서도

비신앙인과 다른 점은 그런 날도 그런대로

감사할 이유를 찾아가며 산다는 겁니다

그러다 그게 진짜 감사한 삶이라는 숨은 비밀을

알아버리게 되는 축복도 받는다는 점입니다


(2023.4.5  맑은 고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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