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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Apr 07. 2023

그저 기도 82 - 늘 잊지 않는 기억을

그저 기도 82 - 추가로 구하는 것


아주 오래전 본  ‘우주전쟁’이라는 우주공상영화가 있다. 영국의 H.G.웰스가 1898년에 발표한 동명의 SF소설 ‘세계의 전쟁’ 원작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화성에서 지구를 침공한 그들은 너무나 앞서고 가공할 과학무기를 가지고 있어서 도저히 이기는 건 고사하고 방어도 할 수 없었다 멀지 않아 지구 인류는 전멸당하고 사라질 판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떤 무기에도 끄덕없던 그들이 하나 둘 쓰러지고 죽어가기 시작했다 비행기는 멈추고 무기는 작동을 못했다 그들을 물리친 건 군인도 새로운 무기도 아닌 박테리아였다 의학 과학이 너무도 발전한 화성에서는 아무런 질병균이 존재하지 못해 그들은 면역력이 없었건 것이다 지구를 거의 점령했다고 의기양양하게 우주선 밖으로 나온 화성외계인들은 공기와 물에 노출되어 감염되었고 그들 사이에 퍼져버렸던 것이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그 이유, 지구인들의 면역력! 그것은 어쩌면 더럽고 위험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지구인들에게 주어진 엄청난 복이 되었다.  톰크루즈가 주연으로 나온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인간의 첨단무기로도 끄떡없던 그들을 굴복시킨 건 이 땅에 존재해 온 미생물들이었다.” 라고.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해외장기여행자에게 들었다 아직 초보여행자로 다니던 시절, 물이 오염된 열악한 나라에서 현지인들이 마시는 물과 음식을 겁도 없이 따라 먹었다가 그들과 달리 면역력이 없는 여행자는 복통과 설사로 죽을뻔하다가 살아났다고 했다 물론 다음부터는 정화하는 약을 타거나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조금씩 먹어 적응한 후 양을 늘려갔다고 한다


면역력! 그건 그저 생기는 게 아니다. 예방주사는 면역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 예방주사는 병균을 미리 몸에 주입해서 병이 나게 만드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래서 생기는 것이 같은 병이 올때 견디고 이기는 힘, 곧 면역력을 얻는 것이다. 그런 방식과 비슷한 과정을 밟아 세상의 삶을 버티게 하는 것이 파란만장 산전수전 겪은 나이든 사람들이다. 처음 아닌 일들에 요령도 생기고 충격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란 게 미리 겪어 본 경험이다. 예방주사와 비슷한 효력…


나이들어간다는 것은 백전노장이 되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온갖 경우를 다 당하고 때론 죽을 고비도 넘기고 기쁜 일 슬픈 일을 다 겪으며 작은 일에는 더 이상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게 된다. 백전노장은 젊은 군인처럼 힘이 세지도 않고 순발력도 촤신 지식도 배우지 않은 느리고 볼폼없는 노인네에 가까울지 모른다. 잘생기지도 못했을 수도 있다. 감정도 탁해져 잘 웃지도 못하고 더러는 무표정할 수도 있다. 세련되고 풍부하지도 못할수도 있다. 무심하거나 말이 적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생존하는데 필요한 방법과 참고 이기는 힘은 젊은이 보다 훨씬 앞서 있고 노련하다. 수도하여 전진하는 신앙인이란 어쩌면 백전노장이 되어가는 모양과 비슷하다. 온갖 경우를 이겨내고 담고 살면서 겸손해지고 질겨지고 무엇이 중요한지 힘이 어디서 오는지 깨달아가기 때문이다. 겉모습은 초라하고 쓸모없어 보일수도 있지만 외계인의 침공 같은 순간에도 생존할 수 있는 존재일지 모른다.


춘화현상, 죽지않고 혹한의 겨울을 이기고 난 나무는 더 진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밟히고 눈보라를 맞고 자란 보리처럼 건강하고 많은 양의 열매를 맺는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고 피조물이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인생에 만나는 가난 질병 외로움도 이기고 나면 얻어지는 게 있다.


(2023.4.7  맑은고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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