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후에 찾아올 변화.. 두려움 그리고 기대감
어릴 때부터 서울은 나에게 동경의 도시였다. 대학을 졸업하면 서울로 떠나리라 마음먹었다.
차 번호판에 지역 이름이 표시되던 시절, ‘서울’이라고 이름 박힌 자동차가 동네로 들어오면 그 앞에서 한껏 예쁜 척을 했다. 왠지 그 차가 나를 캐스팅해 서울로 데려가 꿈을 이루게 해 줄 것만 같았다.
‘나 어릴 적 꿈은 탤런트였어’라고 말할 때마다 지인들의 비웃음을 사고는 했지만 그때는 정말 탤런트가 되는 게 나의 간절한 소망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회사에만 이력서를 냈다.
서류전형을 통과하고도 면접에 불참하는 일이 많았다.
‘서울까지 가야 하는데’
‘면접 붙어도 이 회사는 안 가고 싶을 것 같은데.. 그냥 가지 말까?’
2004년 4월, 이러다가는 취직은커녕 시골에 눌러앉겠다 싶어 일단 몸을 먼저 서울로 옮겨놔야겠다고 결심했다. 읍내 PC방으로 달려가 무역회사가 밀집해 있다는 서울 삼성역과 가장 가까운 곳의 고시원을 알아봤다. 창문 없는 28만 원짜리 방을 계약하고 바로 서울로 올라왔다.
2019년 현재 서울생활 16년 차다.
소심한 내 인생에서 가장 용감한 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대책 없이 서울행을 감행했던 스물네 살의 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생활이 안정되어 갈수록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이 너무 어렵다.
스물다섯 살 때 친구가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제안했다.
‘외국에서 1년 생활하기’가 인생 목표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외국행 자체에 대한 고민은 없었지만 ‘떠남’의 시기를 두고 오래 고민했다. 호주행을 결정하는 데 반년, 돈을 모으는데 1년이 걸렸다. 2007년에야 호주로 떠날 수 있었다.
2011년 서른한 살 나이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던 차에
갑작스러운 부서 개편이 계기가 돼 퇴사를 결심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팀장에게 확고한 의지를 전달했지만 나이가 적지 않은지라 잡아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내 자리로 올 후임 물색이 빠르게 진행됐고 후임이 결정됐다는 소식에 예정대로 퇴사했다.
2019년, 햇수로 8년째 지금의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지 3년은 더 된 것 같다.
지인들에게 내 상황을 이야기하면 ‘너무 오래 일했다’며 이직을 권유한다.
이곳을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묶여있는 이유는 뭘까.
아니, 나를 묶어두는 것은 무엇일까.
‘뭘 해야 될지 모르겠어’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행을 감행했을 때도, 시간은 걸렸지만 호주행을 결심했을 때도, 계기가 있었지만 이직을 했을 때도.. ‘하고 싶은 것’이 뚜렷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갯속을 걷고 있는 기분이다. 안갯길 다음에 펼쳐질 광경이 그려지지가 않는다. 많은 나이와 미천한 경험을 핑계 삼아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지만, 떠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다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결국, 나의 묶여있음은 나이도, 경험도 아닌 잃어버린 꿈 때문이 아닐까.
30일 후에는 첫발을 뗄 수 있을까. 두려우면서도 기대감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