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채움’을 위한 여행
상사로부터 ‘잡일’을 지시받고 내가 처한 현실이 너무 ‘후져서’ 우울감에 젖어있는데 기획자이자 연출가인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이 사표를 제출했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탁 행정관은 야당으로부터 지치게 사퇴를 종용받아온 상황에서 ‘밑천이 드러나 이제는 정말 떠나고 싶다’는 의사를 언론을 통해 다시 한번 피력했다. 청와대를 떠나려는 이유에 대해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바닥이 났고, 밑천도 다 드러났다”며 “새 감성과 새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도 다시 채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시 채워야 할 때”라는 탁현민의 말이 가슴에 박혔다. 지난 6년간 ‘다시 채움’ 없이 일 해왔다. 급한 상황에서 휴대폰 배터리가 나가는 경우, 껐다 다시 켜면 적어도 5%로의 배터리를 확보할 수 있다. 나의 회사생활도 이와 비슷했다. 책을 읽고, 강연을 다니고, 모임에 참석해 사람을 만나며 딱 5%로의 배터리만 충전, 근근이 버텨왔다.
5%가 아닌 ‘다시 채움’이 필요할 때
호주에서의 생활이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다. 9 to 6로 일하면서 한국에서의 직장생활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에 힘들었다. 그 시간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미련 때문일까. 마음이 힘들어질 때마다 호주로 다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오늘은 2007년 호주에서 만난, 지금은 영주권을 받아 호주에 정착한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12년 전 이맘때의 호주 날씨가 그리워 사진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친구가 보내온 호주 케언즈의 바다, 비, 산들바람이 담긴 사진을 보며 ‘다시 채움’을 위한 여행을 생각해본다.
그래도 ‘가야 할 곳’이 있다는 것이 내게 큰 위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