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란 무엇인가'

마흔 살 생일날 ‘위로 잔치’는 정말 하게 될까?

by 파랑새

스물셋 어느 날. 수업 땡땡이치고 영화를 보러 갔다가 길거리에서 천 원 주고 점을 봤다. 혈액형을 묻는 이상한 아저씨였다. ‘천 원짜리 점이 그렇지 뭐’라는 생각에 큰 기대 없이 물었다. 결혼은 언제 할 수 있느냐고. 서른두 살 전에 하면 결혼을 두 번하게 된다고 했다. 그때부터 결혼 계획을 물으면 ‘서른둘’이라고 못 박았다. 자신만만하게.


대학교 친구들끼리 계를 했다. 매달 3만 원씩 모아 결혼식, 돌잔치, 생일 등을 챙겼다. 모임 날 남자 동기 하나가 자기는 결혼을 못할 것 같다며 마흔 살 생일에 ‘위로 잔치’를 열어 달라고 했다. 어이없어 웃어넘겼다. 그로부터 반년 뒤 그 동기는 ‘혼수’까지 마련한 채 결혼식을 올렸다. 여자 동기 하나도 자기는 아이를 갖지 못할 것 같다며 혼자 살 거라고 했다. 그러나 몇 년 후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와 결혼했고 자기를 똑 닮은 딸을 낳았다. 9명의 동기들 다 시집 장가보내고 나만 남았다. 내 몫의 곗돈을 받았고 모임은 깨졌다.


스물여덟. 남자 친구와 헤어진 그해 내 인생에서 가장 결혼하고 싶었던 때다. 그 사람을 만날 때는 ‘이러다 이 사람이랑 결혼하는 거 아니냐?’라는 걱정을 했더랬다. 착한 사람이었지만 배우자로서는 불안한 사람이었다. 이후 나의 연애사는 멈춤 상태로 업데이트되지 못하고 있다. 결혼한 친구들과 만나 옛날 연애사로 수다를 떨다 “나도 그때 그 선배랑~”이라고 한마디 보탤라치면 ‘업데이트 좀 해!’라고 면박을 받곤 한다.


서른둘에 결혼한다던 나는 그 나이를 훌쩍 뛰어넘어 ‘불혹’에 가까워졌다. 어이없어 웃어넘겼던 마흔 살 생일 ‘위로 잔치’는 나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아직까진 우울하지 않다. 독신주의자는 아니지만 결혼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부모님만 지금처럼 건강히 내 옆에 있어준다면 혼자 살아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다가도 문득 ‘이러다 정말 혼자 사는 거 아니냐’라는 불안감이 피어오르곤 한다.


고종사촌 언니는 스물다섯에 독신의 은사(?)를 받고 그때부터 노후준비를 해왔다고 한다. 정말 철두철미한 여성이 아닐 수 없다. 커피 한 잔, 맥주 한 잔의 여유는 포기할 수 없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노후준비를 해야 할 터인데..


‘결혼이란 무엇인가’

‘노후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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