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몽

혼자 오래 살다 보니..

by 파랑새

# 민속촌. 말 대여섯 마리가 풀을 뜯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말 한 마리. 몸집이 크고 윤이 나는 훤칠한 갈색의 말. 눈이 마주쳤다. 말의 기세에 눌려 사람들이 혼비백산 도망친다. 나와 A도 말을 피해 도망쳤다. 말똥 그득한 바닥에 몸을 숨겼다. 들켰다. 재빨리 숲으로 몸을 던졌다. 여지없이 우리를 찾아냈다. 말은 정확히 우리를 표적 삼아 달려왔다. 막다른 길. 피할 곳은 얼음 미끄럼틀뿐이다. A와 나는 몸을 밀착시키고 미끄럼틀에 몸을 맡겼다. 말도 미끄럼틀을 탈 모양이다. 불안하다. 말이 내려온다. 어떡하지. 더 이상 갈 곳도 없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눈을 감는다. 말도 내려오고 있다. 말이 한참을 내려오다 그물에 걸렸다. 다시 보니 해먹에 편안하게 안착. 누워있다. 우리랑 놀고 싶었던 건가. 두려운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잠에서 깼다.

“너 좋은 소식 없냐? 1주일 전에 내 꿈에 아주 멋진 말이 너랑 나를 쫓아왔거든.”

“그거 태몽인데? 좋은 소식 들려줄게~”

“그래. 난 가망 없으니 너 줄게 ㅎ”

“우와 너무 좋다. 밥 사겠음.”

얼마 전 친구 넷이 떠난 여행에서 A는 올해 둘째 계획이 있다고 했다. 기해년 황금돼지의 해에 자신과 같은 돼지띠 딸을 낳고 싶다고 했다. 아들이든 딸이든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잘 되길 빌어준 터라 꿈에 A가 나온 것이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태몽이라면 나를 위한 것이 아닐 터. 만약 A를 위한 것이라면? 1주일을 묵혔다. 혹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잘될 꿈이 아닌가 싶어서. 그러나 나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A에게 꿈을 보냈다. 그로부터 1주일 후 A로부터 임신소식이 들려왔다. 내가 꿈을 꾼 날 수정이 된 것 같단다. 내가 꾼 꿈이 정말 A 둘째의 태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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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오래 살다 보니 별 재주가 다 생기네. 축하한다. 밥 사~”


A는 먼저 카카오 톡으로 치킨 쿠폰을 보내왔다. 만나면 더 맛있는 걸 사주겠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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