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이모, 그들의 엄마 이야기
엄마가 애정 하는 이모가 설날 우리 집에 오셨다.
명절 때마다 아들네들 보러 당신이 귀경하시는데 지난 추석부터 우리 집에도 들르신다.
호적에도 오르지 못하고 평생을 둘째 부인으로 산 이모는 엄마를 만나면 서러웠던 지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길치인 엄마를 타박하던 이모가 자신이 왜 길을 잘 찾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털어놨다.
"일곱 살 때 집 나가는 엄마를 놓쳤어. 엄마를 쫓아가다 마루에서 마당까지 데굴데굴 굴렀는데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더라. 열세 살 때 식모살이라도 하려고 집을 나왔는데 거기서 쫓겨난 거야. 그래서 그 길로 엄마를 찾아 나섰지. 전주에서 오산역까지 3시간을 기찻길로 뛰어서 갔어. 엄마가 사는 '능니'를 주문처럼 외우면서. 근데 '능니'를 아는 사람이 없는 거야. 역 앞에서 한참을 서 있는데 어떤 아줌마가 말을 걸어. 자기 남편이 길을 잘 안다면서 남편이 오면 길을 가르쳐주겠다고. 집에 가서 점심 먹고 있으면 남편이 올 거라고. 그래서 따라갔지. 점심 먹고 2시쯤 됐는데 아저씨가 왔어. 다시 오산역 앞으로 나갔는데 아저씨가 '저기 저 애들이 능니 간다'고 가르쳐줘서 따라갔지. 해가 뉘엿뉘엿 지는데 익숙한 골목이 보이는 거야. 그때 '나는 이제 살았구나' 그 생각이 딱 들더라고. 그때부터 '길을 못 찾으면 엄마를 잃어버린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버렸지. '길을 못 찾으면 엄마를 못 찾고 엄마를 못 찾으면 나는 거지가 되겠구나' 하고."
이모는 할머니의 두 번째 남편과 낳은 딸이고, 엄마는 세 번째 남편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모 얘기를 듣다 보니 엄마보다는 이모가, 이모보다는 할머니의 삶이 참으로 기구하다 싶었다.
"미란 씨, 작가가 되어줘~"
술에 취한 엄마는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작가가 되어달라고. 작가가 되어 한 많은 자신의 삶을 글로 써 달라고 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들었던 말이다. 그런데 '책 한 권 출판하기'를 인생 계획에 끼워 넣으면서 엄마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엄마와 이모, 그들의 엄마 이야기. 이름하야 '세 여자 이야기'를..